투수 좀 그만 바꿔… '아재 스포츠' 된 MLB의 몸부림

조선일보
입력 2020.02.14 03:20

[MLB 2020시즌 새 규정 공개]

3시간 넘는 긴 경기시간으로 인기 하락에 팬층 고령화되자 "등판 땐 최소 3타자 상대해야"
"선수들 화려한 쇼맨십이 중요, 빠른 경기가 능사 아냐" 의견도

MLB(미 프로야구)가 파격적 변화를 시작했다. 이미 예고한 대로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최소 3타자(Three-batter Minimum)' 규정을 올 시즌 본격 도입했다. MLB 사무국은 13일 2020시즌부터 달라진 규정들을 공개하며 "다음 달 13일 시범경기부터 모든 투수는 마운드에 오르면 다치지 않는 이상 최소한 타자 3명을 상대하거나 이닝을 끝내야 다른 투수로 교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재 스포츠' 꼬리표

MLB 사무국이 경기 시간을 줄이려 애쓰는 것은 그동안 젊은 층이 야구를 외면하는 주원인으로 긴 경기 시간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MLB 중계방송 시청자의 평균 연령은 무려 59세로, NBA(미 프로농구)의 43세보다 16세나 많았다. 특히 13~17세 중 NBA를 가장 좋아한다고 답한 비율은 57%에 달했지만 MLB는 고작 4%에 그쳤다.

MLB는 2010년대부터 총관중 수 및 시청률 감소와 젊은 층 이탈이 두드러졌다. 특히 20대 이하 미국인 사이에서 MLB 인기는 NFL(미 프로풋볼), NBA에 한참 밀리는 것은 물론이고, 라틴아메리카계 시민이 선호하는 MLS(미 프로축구)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젊은이를 컴퓨터 앞으로 끌어들이는 e스포츠의 폭발적 성장세도 또 다른 위협 요인이다. 2018년 평균 관중 수가 NPB(일본 프로야구)에 역전당하는 등 티켓 판매량 감소에 허덕이는 MLB는 신종 시즌권 도입이나 중계권료 인상 등으로 수지를 맞췄다.

이미지 크게보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워싱턴 내셔널스가 맞붙은 2019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한 애스트로스 팬이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 메이저리그는 평균 팬 연령이 60세에 가까울 정도로 젊은 층에게 외면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러한 흐름을 바꾸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7이닝제 도입과 같은 혁명적인 변화는 쉽사리 시도하지 못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MLB 평균 경기 시간은 수십년간 계속 늘어 2019년 3시간 10분에 달했다. 뉴욕타임스는 "야구 경기는 길다. 부모와 어린이는 9이닝 동안 앉아 있기 어려워한다. 팬층은 노화되고 있다"고 했다. 비용 문제도 지적됐다. 팀마케팅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4인 가족 기준 MLB 한 경기 관람 비용은 평균 230.98달러(약 27만3000원)다.

'야구 위기설'은 아시아에서도 돈다. NPB는 작년 관중 약 2654만명을 유치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지만, 일본 매체는 "어린이 팬이 줄었고, 학교 야구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한다. KBO 총관중은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다. 국내 야구계에선 "KIA·롯데 등 지방 인기 구단 성적이 낮은 탓"이라고 해석하지만, KBO도 팬을 위해 긴 야구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전통·불문율도 깨버리자"

미국 야구계에선 경기 시간을 줄이는 것이 인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해결책이 아니란 의견도 여전히 많다. MLB에서 17시즌을 뛴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모든 것이 빨라지는 세상에서 야구는 여전히 느리지만, 그러한 흐름에 맞추기보다는 멋진 보살, 다이빙 캐치, 팽팽한 투수전 등 야구만의 매력을 통해 재미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야구를 너무 정적으로 만드는 각종 불문율을 깨뜨려야 한다는 시각도 서서히 고개를 든다. 타자가 타격 후 방망이를 던지는 '배트 플립'이 대표적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선 일명 '빠던(배트 던지기)'이란 속어로 통할 정도로 친숙하지만, 미국에선 배트 플립을 하면 타석에서 빈볼 맞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호세 바티스타가 2015년 포스트시즌에서 배트 플립을 한 뒤 수년간 논쟁이 이어졌는데도 금기는 여전하다.

MLB를 대표하는 슬러거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는 "타자가 끝내기 홈런을 치고도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투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내야를 돌아야 하나"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NBA에서 르브론 제임스, 스테픈 커리 같은 수퍼스타들이 온갖 세리머니로 쇼맨십을 발휘하며 젊은 층의 호응을 얻는 것과 대척점에 있는 셈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