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도 사러온다, 논산의 빨간 맛

입력 2020.02.14 03:08

[그곳의 맛] [18] 논산 딸기

60년대부터 이모작 작물로 재배, 논산역 통해 대도시로 팔려나가
작년 4만t 생산… 전국서 가장 많아
신품종 개발·연구도 계속 이뤄져… 논산서 만든 품종, 농가 80% 키워
女주먹크기 딸기는 없어서 못팔아

논산 딸기 사진
충남 논산시 채운면 화산리에 사는 박형규(66)씨는 요즘 오전 3시에 비닐하우스로 나간다. 박씨가 재배한 딸기를 찾는 유통업체가 줄 서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오전 9시까지 아내와 함께 딸기 200㎏을 수확한다. 지난 7일 농장에서 만난 박씨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딸기를 사겠다고 조르는데 국내 수요도 못 맞추는 실정"이라며 "자식 같은 딸기가 결실을 맺으니 힘들지만 보람차다"면서 웃었다. 박씨가 재배하는 딸기는 킹스베리. 무게 70g 안팎으로 성인 여성 주먹만 하다. 당도 역시 9.8브릭스(과일의 당도 단위)로 최고 수준이다. 충남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에서 9년 연구 끝에 2016년 개발했다. 박씨는 2017년 처음으로 킹스베리 모종을 공급받아 최초로 상품화에 성공했다. 박씨는 "작년에 매출 1억9000만원을 올릴 정도로 고소득 작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제철을 맞은 딸기가 봄을 부르고 있다. 딸기의 고장 충남 논산은 매년 이맘때 딸기 축제를 연다. 올해에도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간 논산천 둔치와 딸기 농가 등지에서 축제를 열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아 축제 1주일을 남겨놓고 전격 취소됐다. 논산시는 대신 지난 10일과 12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찾아 논산 딸기 2000박스(5000만원 상당)를 기증했다. 축제를 위해 보유했던 물량 일부를 우한 교민과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딸기는 모두 20만6000t. 논산은 이 가운데 18.4%인 3만8000t의 딸기를 생산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다. 논산 딸기 농가는 2100곳으로 재배 면적은 917만㎡에 달한다. 지난해 딸기 농가의 총매출액은 1580억원 정도다. 농가당 7500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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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충남 논산시 채운면 화산리 비닐하우스에서 ‘딸기의 왕’으로 불리는 킹스베리를 박형규(66)씨 부부가 수확하고 있다. 논산 딸기 재배 농가 2100곳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제철 딸기를 수확한다. /신현종 기자

논산 딸기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은 자연환경과 교통 여건 덕분이다. 1960년대 넓은 평야에서 벼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이모작 작물로 딸기를 선택했다. 정시욱 논산농업기술센터 딸기팀장은 "수도권이나 충남 북부에 비해 논산은 기온이 높은 편이라 이모작이 가능했다"면서 "귀한 과일로 통하던 딸기는 고소득 작물로 농민들이 재배를 선호했다"고 말했다. 매년 5~10월에는 벼농사를 짓고 11월~이듬해 5월에는 딸기를 재배해 수익을 올린 것이다. 호남선 열차도 논산 딸기가 정착하는 데 한몫을 더했다. 보관 및 운송 여건이 좋지 않았던 과거에 수확 후 1~2일간 상품성을 보존할 수 있던 딸기는 논산역을 통해 가까운 대도시로 팔려나갔다.

딸기로 알려지기 시작한 논산은 이후로도 꾸준히 신품종 개발에 힘을 쏟아왔다. '논산 딸기'가 딸기의 대명사로 굳혀진 비결이다. 논산딸기시험장에서 개발된 신품종이 논산 딸기 농가에 가장 먼저 도입돼 산업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논산딸기시험장이 개발한 딸기 품종으론 설향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내 딸기 재배농가 80% 이상이 재배한다. 2005년 개발된 설향은 아키히메, 레드펄, 육보 등 일본 품종을 대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개발된 품종이다. 논산딸기시험장 관계자는 "다소 무르긴 하지만 생산량이 많고 병해충에 강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설향 딸기 재배농가 이현재(49)씨는 "동남아시아에도 수출되는 설향 딸기는 현지에서 고급 과일로 인정받는다"며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딸기 맛'이라며 '재배 방법을 알려달라'고 사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직 농가에 보급되지 않았지만 비타베리도 개발돼 있다. 설향보다 단단하고 당도와 비타민C 함유량이 높다. 비타베리의 경도는 12.2g/㎟, 당도는 11.1브릭스다. 흰가루병에 다소 약하고 수확량도 조금 낮은 단점을 보완해 오는 2022년쯤 농가에 보급될 예정이다.

논산시는 딸기를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오는 10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딸기향 농촌테마공원이 중심이다. 부적면 충곡리 탑정호 인근에 건설 중인 딸기 공원은 사업비 164억3300만원이 들어간다. 공원에는 딸기 학습 체험관과 재배온실, 정원, 산책로 등 체험·휴양시설이 들어선다. 황명선 논산시장은 "최상품의 친환경 딸기가 논산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농가들을 지원해 국가대표 딸기의 명성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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