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규·최승현의 뉴스 저격] "文대통령·추미애, 법 악용해 사익 취하는 '법비'같은 짓 하고있다"

입력 2020.02.14 03:00

[이회창 前국무총리 인터뷰]

文대통령, 헌법 짓밟아 - 공소장 내용 사실이라면 탄핵감… 검찰은 당장 대통령 수사해야
김명수 사법부의 코드화 - 前대법원장 쳐내는 모습 보니 동족 죽이는 食人처럼 충격적

이회창(85) 전 국무총리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까지 정면으로 어기면서 독재의 길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공소장대로라면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인 대통령에 대해 지금 수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해 "법비(法匪·법을 악용하여 사적 이익을 취하는 무리)란 말을 듣지 말라"고 했고, 김명수 사법부를 향해선 "동족(전직 대법원장)을 치는 카니발리즘, 식인(食人)"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조속히 통합을 이뤄 현 정부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문 정부가 정말 잘해주길 바랐는데 실망을 넘어 분노가 인다"며 "정치 현장을 떠난 지 오래지만 (정치 선배로서) 책임과 자괴감을 느껴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회창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국정 운영을 하고 있다"며 "국민을 입에 달고 살면서 사실은 기망과 위선으로 국민을 우롱한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기소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선 "만약 공소장 내용이 사실이라면 문 대통령은 탄핵감"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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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총리가 13일 서울 중구 단암빌딩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헌법을 짓밟는 국정 운영을 하고 있다”며 “국가적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중도·보수 진영이 하나로 통합해 4월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오종찬 기자

―문재인 정부의 2년 9개월을 어떻게 평가하나.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하는 것을 보면서 느낀 게 많다. 세상에서 인정받으려면 결국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치판을 보면 한심스럽다. 나도 책임과 자괴감을 느낀다. 국가 정치를 주도하는 건 대통령인데 역대 정권 중 가장 실력이 없다. 정상 간 만남에서 A4 자료를 꺼내봐야 대담을 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자존심 상하고 수치심을 느꼈다.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을 향상시킨다는 목표도 없는 것 같다."

―국민 분열이 심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번영과 공존의 새 세상을 열겠다'고 했지만 바로 적폐 청산부터 시작했다. 이명박·박근혜 두 보수 정권에 정치 보복을 하고 사법부 수장과 주요 법관까지 쳐냈다. 유례가 없는 엽기적 보복이다. 애당초 포용하는 공존사회를 이룬다는 생각이 없으면서 거짓말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구성원들이 대립과 경쟁을 통해 공존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조국 사태'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앉힌 것 자체가 정상적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코미디다. 조국의 범죄 혐의에 대해 문 대통령이 '합법적 불공정'이라고 했는데 무슨 그런 말이 있나? 도저히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를 합쳤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라'더니 막상 자신의 최측근들을 수사하자 전면적으로 방해했다. 대통령과 정권이 내 편만을 위하고 내 편만을 살린다는 생각과 행동을 한다면 나라에 치명적이다. 게다가 검찰은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행정공무원 중에서도 가장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대통령이 그런 검찰에 원치 않는 수사를 한다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헌법을 짓밟는 행위다."

―문 대통령은 '선거 개입' 사건에 침묵하고 있다.

"검찰의 공소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를 한다면 탄핵감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재임 중 내란·외환의 죄가 아니면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수사도 못 받는 것은 아니다. 공소장을 보면 해당 의혹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검찰이 지금 수사해야 한다. 만약 정권이 바뀐 다음에 수사를 받게 되면 다시 정치 보복이란 말이 나오지 않겠나."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장관은 법조인 출신인데.

"법조인으로서 지켜야 할 핵심 덕목이 바로 정직과 정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런 가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추 장관은 문 대통령이 원치 않는 수사를 막기 위해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의 수족(手足)을 잘라내고 검찰의 수사와 기소마저 분리하려 한다. 심하게 말하면 법을 방편으로 자기들 목적을 이루려는 '법비(法匪)' 같은 짓을 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의 '코드화' 우려도 크다.

"전직 대법원장(양승태)을 쳐내는 모습에 식인(食人)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법부의 구성과 판결에 대통령과 정권이 영향력을 미치려 하고 있다. 정권 뜻에 안 맞는 판결을 하면 징계나 인사 조치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은 권력분립과 법치주의, 자유민주주의의 기초다. 이런 식으로 가면 터키·폴란드·헝가리처럼 독재로 간다. 사법부가 피를 흘리더라도 정권에 과감하게 맞서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어떻게 생각하나.

"반드시 공수처법을 폐기해야 한다. 헌법에 근거도 없는 기관을 만들어 판사와 검사를 수사하고 기소한다면 사법부 독립과 검찰 중립은 영원히 무너진다. 입법 농단이자 사법 농단이다."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은.

"문 정권은 북한과 평화만 말한다. 북핵과 전쟁 위협은 그대로인데 북한 눈치만 본다. 전쟁을 걱정하는 국민이 이 정권을 지지할 거라는 정치적 배경이 있다. 또 하나는 사회주의 향수에 젖어 있는 정권 핵심의 사고 구조가 문제다."

"보수통합, 40% 중도층 끌어들여야 승리… 사소한 이해 따질 시간 없어"

이회창 전 총리는 4·15 총선을 앞에 두고 진행되는 중도·보수 통합에 대해 "재앙이 닥친 나라를 생각하면 사소한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고 서둘러 통합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체성과 가치를 공감하는 세력이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뭉쳐야 한다"고 했다.

―현재 중도·보수 통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중심이 돼 통합의 물꼬를 튼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이제 과거의 앙금을 버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통합을 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보수층을 다 모아봤자 30%밖에 안 된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40% 중도층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러자면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실현을 위한 신념과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가치 공유가 없으면 다시 분열할 수 있다."

―통합의 주도권을 두고 논란이 있다.

"의석 숫자로 보나, 역사로 보나 한국당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게 현실적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양보도 많이 해야 한다. 공천관리위원회는 김형오 위원장 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맞는다. 공정성과 열의가 있는 사람들이다. 통합 과정에서 이들을 괜히 혼란스럽게 만들 이유가 없다."

―황교안 대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정치 신인이지만 보수의 중요한 자산이다. 종로 출마 결심이 좀 늦었고 통합 과정도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지만 앞으로 빠르게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극적, 선제적으로 통합을 이끌어가면 종로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했다.

"내가 아는 유 의원은 정치적 계산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나라의 위기를 걱정하면서 자기를 버리는 결단을 한 것 같다. 황 대표와 유 의원이 빨리 만나서 통합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이뤘으면 좋겠다. 두 사람을 기다리다 통합 흐름이 늦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안철수 전 의원은 통합 생각 없다는데.

"그분은 컴퓨터, IT 이런 분야의 천재인데, 범재(凡才)인 내가 뭐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하지만 왜 저렇게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국가 재앙을 막기 위해 중도·보수 통합이 절박하다는데, 자신의 정치적 향방이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나는 박 전 대통령 하야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이 탄핵으로 흘러갔다. 보수 진영에서 탄핵에 동조한 사람들도 나라가 제대로 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을 했던 거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그 문제에 발이 묶여서는 통합이 어렵다. 과거의 늪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가야 한다. 인간적인 심경은 참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정권을 향해 사면을 요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혹독하게 보복을 자행한 정권에 이제 와서 '살려달라'고 하는 게 과연 품격을 지키는 일인가? 박 전 대통령 성격에도 맞지 않는다."

☞법비

법(法)을 가장한 비적(匪賊·도적 떼)을 일컫는 말로, 법을 악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는 무리를 뜻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비판하며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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