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를 바이러스 감옥 만든 日, 확진자 200명 넘자 "일부 하선 허용"

입력 2020.02.14 03:00

[우한 폐렴 확산]

승객 인권문제 일자 뒤늦게 백기, WHO "조치 취하라"… 日 망신살
격리 재일교포 "한국 가고 싶다"

크루즈에 걸린 태극기 - 13일 일본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격리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한 객실 발코니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이 배엔 한국인 승객과 승무원 14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즈에 걸린 태극기 - 13일 일본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격리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한 객실 발코니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이 배엔 한국인 승객과 승무원 14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요코하마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우한 폐렴 감염자 44명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일본 후생노동성이 13일 밝혔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크루즈선 탑승자 221명을 검사한 결과 일본인 29명, 외국 국적자 15명 등 총 44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이로써 지난 5일 이 배에서 첫 감염자가 확인된 이후 감염자는 218명으로 늘었다. 이 배에 탄 56국의 승객과 승무원 3700여명 중 그동안 이상 증세가 있는 713명을 우선 검사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중국을 제외하고 우한 폐렴 환자가 100명을 넘은 것은 일본이 유일하다.

급기야 WHO(세계보건기구)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12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 크루즈선을 언급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일본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승객들을 크루즈선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격리시킨 상태에서 초기 대응에 실패해 배 전체를 감염의 온상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크루즈선에 격리된 재일교포 중 일부도 '한국 정부가 데려간다면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가 국제적 문제로 비화하고 감염자도 200명을 넘어서자 일본 정부는 일부 승객을 하선(下船)시키겠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80세 이상 고령자, 지병이 있는 승객, 창문이 없는 객실 이용자 등을 상대로 검사를 실시한 후 이상이 없는 사람은 이르면 14일부터 배에서 내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조기 하선자들은 일본 정부가 마련한 별도의 시설에서 우한 폐렴 잠복 기간이 끝날 때까지 생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5일 이 배 승객에 대해 '2주간 하선 금지 조치'를 내린 후 하선 허용 방침을 밝힌 건 처음이다. 승객들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 정부 대책의 문제를 제기하는 국제사회의 지적이 나오자 일본 정부가 뒤늦게 두 손을 든 모양새가 된 것이다.

하지만 아베 내각은 승객·승무원 '전원 검사'에 대해 여전히 관련 시설 부족 및 비용을 이유로 검토한다는 입장만 밝힌 채 소극적이다. 일본 정부 안팎에서는 악화하는 이 배의 상황이 도쿄올림픽 개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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