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혐의로 검찰 기소된 前대통령, 그런데도 선거 이겨 부통령으로

입력 2020.02.14 01:45 | 수정 2020.02.14 08:08

[포퓰리즘에 무너지는 나라] [2] 아르헨티나 최형석 기자 르포
부유층 해외 빼돌린 재산이 국가 부채 총액보다도 많아

친(親)노조, 퍼주기 정책으로 나라를 거덜낸 아르헨티나 좌파 정권. 하지만 권력자의 삶은 서민과 거리가 멀다. 정권마다 부정부패가 반복됐다. 앞에선 빈곤층을 위해 기부 활동을 펼치며 성녀(聖女)로 추앙받는 에바 페론 전 대통령 부인부터 뒤에선 돈을 챙겼다. 사후 그의 옷장에선 백화점을 가득 메울 정도의 옷과 보석, 그림 등이 쏟아져나왔다. 거액을 횡령해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에 옮겨놓았다가 발각됐고, 2011년엔 이탈리아에서 그의 소유로 돼있는 보석 850만달러어치가 발견되기도 했다.

좌파 정의당 소속인 크리스티나(2007~2015년 집권) 전 대통령은 돈세탁·횡령 등 총 10건의 혐의로 현재 검찰에 기소돼 있다. 그녀가 대통령 재임시 연방기획공공투자부 장관을 지낸 훌리오 데 비도의 보좌관은 700만달러(약 83억원)가 넘는 돈과 명품시계 등을 수녀원에 숨기다가 발각됐다. 이후 수녀원에서 추가로 발견된 금고엔 무려 4억8000만달러(약 5700억원)가 담겨있었다. 운전기사가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의 부패가 빼곡히 기록된 노트를 공개해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그의 아들은 밀수입에 가담해 밀수 컨테이너 한 개당 1억원 가까운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그는 작년 대선에서 좌파 연합을 결성해 부통령으로 당선됐다. 퍼주기식 포퓰리즘에 중독된 지지자들에겐 지도자의 부패보다 늘어날 정부지원금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나는 재임 기간에 오로지 지지층만을 겨냥한 비상식적인 정책으로 예산을 탕진하기도 했다. 그는 연금 보험료를 제대로 납입하지 않는 저소득층에게 연금을 몰아주고 정상 납입자들에겐 연금을 덜 주는 황당한 퍼주기 정책을 폈다. 이에 분노한 연금 납입자 45만명이 정부를 상대로 250억달러 규모의 소송을 걸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데, 패소 가능성이 높자 작년 말 집권한 좌파 정부는 법원에 압력을 넣어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국민의 해외 은닉 자산은 최대 4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아르헨티나의 작년 6월 말 외채(2840억달러)를 갚고도 남는 수준이다. 회사원 프랑코 곤살레스씨는 "부자는 국내에서 번 돈을 들고 해외로 다 도망가고 노동자와 빈민들만 남아 세계를 상대로 구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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