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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2월 정례회의] 우한 폐렴 보도, 정치적 비판이라는 인상 줘선 안 돼

  • 정리=김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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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4 03:00

    컨트롤타워 부재, 메르스 백서 무용지물 지적 돋보여
    김문수 신당 비판 칼럼은 정치권에 훈수 두려는 느낌 줘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현대사 왜곡 왜 비판 안 하나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지난 10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범(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이덕환(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홍승기(인하대 로스쿨 원장) 위원이 참석했다.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정유신(핀테크지원센터장), 한은형(소설가)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 지난 한 달 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조선일보 보도의 기본 콘셉트는 정부 비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오락가락했다" "구체적 대응책이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식이다. 전염병 이슈 측면에서 조선일보 보도 내용은 모두 사실이다. 그런데 팩트(사실)를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것을 정치적 관점에서 보려고 했다. 병명도 중국 지명이 담긴 '우한 폐렴'이라고 했는데, 정부가 오락가락하고 잘못하는 원인 중 하나가 중국의 압력이라는 쪽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 같다.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좋다. 그러면 정부가 왜 오락가락하는지 원인을 따져야 하는데, 정부는 아마추어이고 무능력하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과학적 측면과 불안·공포가 같이 작용하고 있는데, 무엇이 팩트이고 무엇이 팩트가 아닌지 따지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시진핑 방한 6월로 잠정 연기〉(2월 4일 A1면) 기사가 보도되자 청와대는 바로 부인했다. 그러면 왜 이런 기사가 나왔는지 후속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정부가 우한 교포 격리 장소를 천안에서 아산·진천으로 옮겼을 때 여당 지역인 천안에서 반발이 있으니까 야당 지역으로 옮긴 것 같다고 기사에 썼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팩트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왼쪽부터 김태수·김준경·위성락·김성철 위원, 조순형 위원장, 홍승기·이덕환·김경범 위원, 차학봉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
    왼쪽부터 김태수·김준경·위성락·김성철 위원, 조순형 위원장, 홍승기·이덕환·김경범 위원, 차학봉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 /남강호 기자

    - 국내 정치가 지극히 양분되어 있는 상황이라 그런지 조선일보의 우한 폐렴 보도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무작정 친북 행보를 비판하듯 매우 비판적인 시각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이번 사태에 대처해나가는 상황에 진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일 수 있다. 조선일보는 책임 있는 언론답게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나 대처 자세를 집중 보도해 정부와 함께 사태를 수습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 〈靑·총리실·복지부, 컨트롤타워 대체 어딥니까〉(1월 29일 A1면)는 적절한 시기에 문제 제기를 하고 핵심을 짚었다. 다만 정부조직법에 의하면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아 아쉬웠다. 〈초동대처 우왕좌왕 '메르스 백서' 읽어는 봤나〉(2월 5일 A1면) 기사도 적절한 시기에 나왔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등이 백서를 간행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백서를 5년 동안 잊어버려 이번에 비슷한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진정되면 메르스 백서에서 지적한 컨트롤타워 부재, 역학조사관 부족, 대국민 소통 방식 미비로 인한 불안감 확산 등을 종합해 전염병 대책에 관한 기획 기사를 써야 한다.

    - 마스크 착용법 안내 기사가 많은데,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의 규정에 없는 내용이 많아 혼란스럽다. 마스크를 한 번 착용하면 바이러스로 뒤범벅이 되는 것으로 아는데 모든 국민이 병원의 수술용 마스크 착용 수칙을 지켜야 할 이유는 없다. 마스크 표면을 만지지 말라는 지적은 바이러스 오염을 걱정해야 하는 의료인에게 필요한 것이다. 마스크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정도라면 옷도 만지지 말라고 해야 한다. 유독 마스크만 만지지 말라고 하니까 한 번 쓰고 버린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침방울 차단을 위한 것이라면 실내에서는 쓰고, 실외에서 보행 중에는 벗어도 된다. 바깥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가 정작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모습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다. 마스크 사용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 〈연합군(美 주도 호위 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호르무즈 독자 파병… 美와 이란 사이서 타협〉(1월 22일 A4면)은 청해부대의 작전지역을 호르무즈해협까지 확대하는 조치로 파생될 여러 문제점을 짚어주지 않았다. 배 한 척으로 해상 작전지역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실질적 효과가 있는지, 미국에는 어느 정도 기여하고 그들의 평가는 어떤지, 청해부대 선박의 미약한 방어 능력 등을 점검해야 한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검찰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해 논란이 일었다. 이 사안은 단순히 공소장 공개·비공개로 한정할 게 아니라 민주주의 법치 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문제로 봐야 한다. 이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 〈김문수와 전광훈은 발을 잘못 내디디고 있다〉(1월 31일 A30면) 칼럼을 보면 조선일보가 왜 이 시점에 대한민국 정치에 대해 훈수를 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총선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김문수와 전광훈이 무슨 발을 잘못 내디뎠나. 칼럼 주제와 제목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 최근 일종의 '진중권 홀릭'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초부터 지금까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큰 제목에 나온 기사·칼럼이 17개나 된다. 그러나 진 전 교수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실시간 중계하듯 그대로 퍼다가 신문에 옮기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진보 진영 논객이 진보 쪽을 비판하니까 조선일보 입맛에 맞을지 모르지만, 품격 있는 취재 행태는 아니다.

    - 영화 '남산의 부장들' 리뷰 〈권력에 취해 숨 쉴 틈 없이 끌고 간다, 그날의 총성 속으로〉(1월 23일 A18면)는 영화가 현대사를 크게 왜곡했는데도 구체적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아 의아했다. 영화가 아무리 픽션이라고 해도 기본 줄거리는 팩트에 기반하고 거기에 픽션을 가미해야 하는데, 문화예술 활동의 자유에 기대어 관객을 정치적으로 선동하고 있다. 영화는 김재규를 영웅으로 떠받들고 박정희는 사악하고 돈만 아는 사람으로 그리는데, 엄연히 사실과 다르다. 영화 '화려한 휴가' '변호인'에 연결되는 좌파의 기획 영화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아 밍밍한 리뷰가 되었다.

    - 〈100세 행복 프로젝트〉 연재 기사는 공을 많이 들였지만 전체적인 방향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특별하고 예외적인 개인을 다뤄 '노년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도 좋지만,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면 어떨까. 뒤늦게 글쓰기를 배워 시를 쓰기 시작한 할머니들, 생활 습관을 바꿔 병에서 회복한 장수인들 등이다. 앞으로 웰빙에서 웰다잉으로 추세 변화, 노년의 건강과 식단·운동, 노후 연금 운용과 부동산 문제 등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는 연재가 되기를 바란다.

    - 최근 문제가 된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와 라임펀드에 관련된 조선일보 보도는 금감원의 감독 실패를 부각시킨 반면, 가장 책임이 큰 은행 업계 입장을 지나치게 두둔하는 인상을 주었다. 이번 사태는 주요 수익 창출원인 예대마진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위험성 높은 상품을 불완전하게 판매한 일부 은행에 1차적 책임이 있다. 조선일보는 은행 업계뿐 아니라 금융위·금감원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취재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심판 및 대선 후보 경선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단순 사실 전달에 그치는 것 같아 아쉽다. 올해 미 대선은 하원의원 전원 및 상원의원 3분의 1 교체, 그리고 2021년 지방선거와 맞물려 미국 정치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미 언론 보도를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미국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종합적·입체적 분석 기사를 통해 미 대선을 보는 조선일보의 시각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다양한 인터넷 소스를 통해 미국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독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고려할 때 더욱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