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홍길동' 된 방역요원 자녀들

입력 2020.02.14 03:14

허상우 사회정책부 기자
허상우 사회정책부 기자

지난 11일 오후 찾아간 서울대병원 39병동은 우한 코로나 감염증 확진환자 3명과 의심환자들이 격리 입원해 있는 '방역 최전선'이다. 병동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평상복 위에 전신을 가리는 흰 방역복을 입고 덧신, 고글, 의료진용 마스크에 이중으로 된 장갑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모두가 사우나에 들어간 듯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자신이 감염될 위험을 무릅쓰고 확진자들의 건강을 돌봐주며 하루하루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전사들이다.

간호사와 간호 보조원 14명으로 이뤄진 간호팀 구성원은 대부분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부터 자원 근무하고 있는 베테랑이었다. 이날 만난 이진수(36)씨도 5년 전 자원해 간호사 경력 12년의 절반가량을 이 39병동에서 울고 웃으며 보냈다고 했다. 이씨는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메르스 때에 비해 위중한 환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결혼한 그는 아직 자녀가 없다.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자녀가 있었다면 맘 놓고 집에 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의 동료 3명은 메르스 때처럼 이번에도 집에 가지 못하고 병원 임시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혹시라도 어린 자녀에게 전염될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참을 만한 것이라고 한다.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이들을 대하는 사회의 싸늘한 시선이었다. 특히, 자녀가 있는 의료진들은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엄마·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먼저 말하지 않도록 당부한다고 한다.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당장 '당분간 아이를 보내지 말아 달라'는 연락을 받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 메르스 때 맞벌이하는 의료진 부부 중에는 집에 갈 수가 없어 한동안 자녀를 못 만나기도 했는데, 그 자녀들이 엄마·아빠 때문에 학교·유치원에 갈 수 없게 됐다는 말을 듣고 펑펑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감염증과 싸우는 사람들이 나이팅게일이나 슈바이처로 칭송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몸바치고 있는 의료진들의 아이들이 부모가 누군지 말 못하는 '21세기 홍길동'이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어느덧 3주를 넘어선 우한 코로나 감염증과의 싸움은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국내 추가 확진자는 이틀째 나오지 않고 있고, 확진자가 늘어나는 속도도 1~2주 전보다 눈에 띄게 느려졌다. 우리 사회가 언제 또 커질지 모를 방역 전선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방역 전사가 맘 놓고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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