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능 실정으로 경제 찬물 끼얹고 이제 '코로나' 탓

조선일보
입력 2020.02.14 03:22

우한 코로나 사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찾고 대기업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는 등 연일 대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과도한 공포와 그로 인한 소비 위축을 차단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기가 막힌다. 문 대통령은 시장 상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작년 말부터 경제가 상당히 좋아지는 기미가 보였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재계 회동에서도 "투자·수출·고용 지표가 좋아졌고, 창업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도 뚜렷해졌는데 코로나로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그 자리의 시장 상인들, 기업인들 중 이에 동의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원래 경기가 안 좋아서 손님도 없는데 코로나 때문에 더 안 좋아졌다"는 남대문 시장 상인의 말이 정확하다.

정부는 1월 취업자가 56만여명 늘어난 것을 고용 개선이라고 한다. 세금 퍼붓기로 노인 알바가 사상 최대로 늘어났을 뿐이다. '용돈 일자리'라는 노인 세금 알바를 빼면 일자리는 거의 제자리다. 원래 혹한기에는 노인 일자리 재정 사업을 벌이지 않는데 총선을 앞둔 올해는 연초부터 노인 일자리 사업을 대거 개시했다. 경제 주력층인 40대 취업자는 8만4000명 줄어 50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구직을 포기한 채 '그냥 쉬었다'는 인구도 1년 전에 비해 19만명이나 늘었다.

진짜 일자리 창출의 기초가 되는 투자는 2년 연속 마이너스다. 수출도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9%에 머물렀다. 안 그래도 내수가 안 좋은 상황에서 우한 폐렴에 따른 소비 급랭은 빚으로 버티고 있는 800만 자영업자들의 줄파산을 촉발할 수 있다. 대통령을 만난 시장 상인들이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하는 것은 바이러스로부터 구해달라는 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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