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퓰리즘이 파괴하는 폴란드, 한국 모습 보는 듯

조선일보
입력 2020.02.14 03:26

폴란드 집권당이 현금을 뿌리고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좌파 포퓰리즘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현장이 조선일보에 실렸다. 우리 현실과 비슷해 충격적이다. 1980년대 조선소 노조위원장으로 폴란드 민주화를 이끌었던 바웬사 전 대통령은 "새로운 독재가 포퓰리즘을 도구 삼아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며 퇴임 20여년 만에 다시 시민정치 운동의 깃발을 들었다. "포퓰리스트들의 선동으로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와 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폴란드 집권 '법과정의당(PiS)'은 동유럽 포퓰리즘의 진원지로 불린다. 이 당은 5년 전 이민자 혐오 캠페인으로 집권한 이래 각종 현금 살포 정책으로 전 국민을 복지 중독자로 만들었다. 18세 이하 미성년자 1인당 월 15만원을 지급하고 연금 수령자에게 '13월의 월급'이란 명목으로 월 33만원을 주고 있다. 이 두 현금수당을 받는 국민만 전체의 44%에 달한다. 최저임금을 5년 새 49% 올리고, 3년 안에 54% 추가 인상하겠다고 한다. 세금이 비생산적인 곳에 뿌려지면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재정은 적자로 돌아섰다. 부작용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집권당은 사법부와 언론도 장악했다. 판사 임면·징계권을 쥔 위원회를 사실상 집권당 휘하로 만들고, 헌법 재판관을 친정부 판사로 채웠다. 검찰총장을 법무장관이 겸직하도록 해 검찰을 무력화시켰다. 공영 방송사 사장에 친여 인사를 앉히고 정권에 비판적인 기자 200명을 내쫓았다. 과거사를 이용하는 '역사 포퓰리즘'도 기승을 부린다. 그래도 선거만 하면 승리를 거두며 장기 집권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과 놀랄 만큼 닮았다. 모든 것을 세금 뿌리기로 해결하려는 현 정권의 재정 포퓰리즘이 국민을 '세금 중독자'로 만들어갈 판이다. 전체의 43% 가구에 각종 수당·보조금 명목의 현금을 지급하고, 지자체가 만든 현금 복지가 무려 1670종에 달한다. 실질 최저임금을 3년 새 약 60% 올리고, 지속 불가능한 세금 알바, 가짜 일자리 사업에 매년 수십조원을 쏟아붓고 있다. 정권의 친위 기관인 공수처를 만들고, 선거법도 범여권에 유리하게 일방적으로 바꿨다.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사들을 대거 물갈이했다. 헌법재판소와 법원도 친여적 판사들이 다수를 장악했다. 공영방송 등 대다수 언론이 정권의 응원단이 돼 있다. 시도 때도 없이 과거사를 이용하는 것도 폴란드와 유사하다. 나라 이름만 가리면 한국인지, 폴란드인지 헷갈릴 정도다. 포퓰리즘의 목적은 선거 승리다. 그 대가는 국가의 장기적인 몰락이다. 결국 국민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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