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갖고 놀지마"… 기성용은 누구에게 경고한걸까

조선일보
입력 2020.02.13 03:39

K리그 복귀 무산된 뒤 글 올려 "거짓으로 내게 상처 준다면 진실을 갖고 널 다치게 할 것"
궁금증 커지면서 팬들 속만 부글

기성용

유럽 프로축구 무대를 떠난 기성용(31·사진)은 올해 한국에서 뛰지 못한다. FC서울, 전북 현대와 입단 협상을 하다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냉정한 프로 비즈니스의 세계에선 이런 '결렬'이 다반사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팬들은 '국가대표 주장을 지낸 선수를 볼 기회가 사라졌다'며 아쉬워한다. 당장 이달 말 막을 올리는 K리그는 인기몰이를 할 스타 플레이어를 놓쳤다. 어디서 일이 꼬였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점이 많은 사람을 더 답답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인 선수가 팬들의 궁금증을 부풀렸다. 기성용은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협상 결렬을 발표한 11일 오후, 자기 인스타그램에 '거짓으로 내게 상처를 준다면, 나는 진실을 가지고 너를 다치게 할 수 있다. 나를 가지고 놀지 말라. 내가 반격하면 네게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영어 글을 남겼다. '국내 복귀가 무산돼 팬들에게 매우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그가 누구에게 무얼 경고하는 것일까.

기성용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과 계획 등을 설명하려다 취소했다. 매니지먼트사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다중 시설 이용 등에 어려움이 있어 자료로 대신한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엔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어 언급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었다. 뭔가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할 사안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다행히 양측의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매니지먼트사는 기성용을 둘러싼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일부는 협상 당사자들만 공유하는 내용으로, 결코 정확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고 했다. 기성용이 복귀하지 못한 이유는 서울과 맺었던 계약의 위약금(국내 다른 팀으로 갈 경우) 조항이나 연봉 등 돈 문제, 선수가 협상 과정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 서울 구단의 현실 등 여러 사정이 얽혔기 때문인 듯하다.

무적(無籍) 신분인 기성용이 자신을 원하는 외국 팀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몇 년 후 국내 팬들 앞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뜻을 앞세워 다시 복귀를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친정팀인 서울과 얼굴을 맞대야 한다. 전성기가 지난 선수를 위약금까지 물고 데려가겠다는 다른 팀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기성용과 서울이 깊어진 감정의 골을 메우지 못하면 앞으로도 불협화음을 피할 수 없다. 누가 됐건 지난 협상 과정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이젠 밝힐 필요가 있다. 구단이 입을 다물고, 선수는 소셜미디어 플레이를 하는 사이 팬들 속만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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