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이언 "또 미북정상회담? 적절할지…"

입력 2020.02.13 03:15

비건 협상팀 핵심들 전보·겸직
트럼프, 北이슈 뒷전 밀어내며 '대선 前까진 대화없다' 메시지
靑 개별관광 추진도 손발 묶여… 北, 美 관심 끌려 도발할 수도

"(미·북) 두 정상 간 또 다른 정상회담이 적절한지는 지켜봐야 한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이 발언은 12일 미 대북 협상팀의 실무 핵심인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부대표가 유엔으로 차출됐다는 소식 직후 전해졌다.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북핵 이슈를 '뒷전'으로 밀어냈다는 결정적 신호들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남북 모두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북한 개별 관광'으로 경색된 남북 관계에 돌파구를 찾으려던 우리 정부는 사실상 손발이 묶였고, 워싱턴의 관심을 붙잡기 위해 '말 폭탄'을 던지던 북한은 고강도 도발 카드를 만져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우한 폐렴에 美 북핵팀 해체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 의지는 작년 말 대북 협상 시도가 불발된 뒤 급속도로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한국·일본·중국을 돌며 수차례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은 응답하지 않았다. 올해 대선 레이스와 미 조야에 급속히 확산하던 대북 강경 기류를 감안하면 '비둘기파' 비건 대표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다.

이후 비건 대표의 국무부 부장관 승진, 앨리슨 후커 백악관 한반도 보좌관의 승진, 웡 부대표의 유엔 차출 등 '협상팀 해산' 절차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후임자도 없다. 외교 소식통은 "2016년 1월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협상팀 진용을 갖추는 데 2년 반이 걸렸다"며 "와해된 비건팀이 언제 재건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현종, 미국 이어 러시아 방문… 푸틴 방한 논의 - 김현종(맨 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2일 인천 국제공항에서 러시아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탑승구로 향하고 있다. 김 차장은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러 관계 발전 방안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한(訪韓) 협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의 이번 방러는 최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방위비 협상 등을 논의하고 지난 8일 귀국한 지 나흘 만에 이뤄진 것이다.
김현종, 미국 이어 러시아 방문… 푸틴 방한 논의 - 김현종(맨 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2일 인천 국제공항에서 러시아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탑승구로 향하고 있다. 김 차장은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러 관계 발전 방안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한(訪韓) 협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의 이번 방러는 최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방위비 협상 등을 논의하고 지난 8일 귀국한 지 나흘 만에 이뤄진 것이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으로 미·북 관계를 견인하겠다며 연초부터 남북 경협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던 상황이다. 하지만 작년부터 '남조선 무시' 기조를 이어온 북한은 반응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에선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외교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는 한·미 워킹그룹이 대북 사업을 일일이 감시한다며 반감을 드러냈는데 (비건팀의 해체로) 워킹그룹이 아예 닫혔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비건팀' 해체와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발언에 대해선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남북→미·북 대화의 선순환' 기조를 계속 가져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발(發) '우한 폐렴'의 확산으로 북한이 외부와 접촉을 완전 차단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北, 美 '관심 끌기' 도발 나서나

외교가에서는 연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대미 '정면 돌파전'을 선언하며 '새로운 전략무기'와 '충격적 실제 행동'을 위협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월 중 무력 도발 카드를 꺼낼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김정은의 도발 계획이 우한 폐렴으로 한두 달 늦춰지는 듯했다"며 "하지만 이번 미국 협상팀 교체로 무언가 '액션'이 필요하다는 고민을 할 것"이라고 했다.

연말 미, 북 접촉 불발 후 해산된 비건팀 정리 표

군 당국도 북한이 워싱턴의 관심을 다시 붙들기 위해 핵·미사일 등을 동원한 전략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북한이 3월 한·미 연합 훈련을 빌미로 도발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중거리 미사일 이상의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영변 핵시설의 지난 10일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과거에 방사성 물질 이동과 관련됐던 특수 궤도 차량 3대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요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집중 배치하는 것도 북의 도발 징후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군은 최신예 무인정찰기(MQ-4C)를 한반도를 관할하는 해군 7함대에 배치했고, F-22 랩터도 일본 요코다 공군기지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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