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달밤

조선일보
  • 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2020.02.13 03:12

달밤

순이가 달아나면
기인 담장 위로
달님이 따라오고,

분이가 달아나면
기인 담장 밑으로
달님이 따라가고,

하늘에 달이야 하나인데
순이는 달님을 데리고
집으로 가고,

분이도 달님을 데리고
집으로 가고.

-조지훈(1920~1968)

가슴으로 읽는 동시 일러스트

달은 주인이 없다. 바라보는 모든 사람이 주인이다. 그래서 달밤엔 누구나 달을 가져갈 수 있다. 달밤에 나가보면 달을 손에 들고 가는 사람, 어깨에 얹고 가는 사람, 머리에 이고 가는 사람, 품에 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정월 대보름은 지났지만 아직 그 달은 남아 있다. 보름달에게 소원을 빈 사람들도 있었겠지. 소원을 빌며 우러른 달은 그 사람의 달이다.

어린이들이 달빛을 밟으며 노는 정경이 맑은 수채화 같다. 노는데 달이 자꾸 따라다녔다. 어쩌나 보려고 달아나니 어디든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달은 하나인데, 사람들만 보면 같이 걷는 달. 순이와 분이는 함께 놀던 달과 집으로 간다. 순이네 담장 위의 달은 순이가, 분이네 담장 밑 달은 분이가 데리고. 정답게 간다. 어릴 때 뛰놀던 달밤이 아련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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