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상담사 "담당학교 2곳 중 1곳만 가겠다"

조선일보
입력 2020.02.11 03:00

비정규직 상담사 노조서 압박하자… 경기교육청, 상담 업무 축소 합의
지역 학교 40% 상담 공백 불가피
"노조 눈치보느라 학생 피해" 지적

서울교육청도 상담 업무 축소나서

경기도교육청이 오는 3월부터 전문상담사의 학교 순회 근무를 폐지키로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상담사는 초·중·고교에서 학교 폭력, 학업과 진로 등을 고민하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상담 인력으로 2009년 전국적으로 도입됐다. 현재 학교 상담 인력은 임용시험을 통과한 상담 교사와 교원이 아닌 전문 상담사로 구분된다.

올해 경기도교육청은 상담 교사 995명과 전문 상담사 420명 등 총 1415명을 운영한다. 문제는 지난해까지 학교 2곳을 돌며 위기 학생들을 상담해온 전문 상담사가 올해부터 1곳에만 머물기로 하면서 40% 가까운 학교의 '상담 공백'이 심화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에 휘둘린 교육청

경기도 내 위기 학생 수 외
작년 9월 학교비정규직연대의 전문 상담사 노조는 경기도교육청에 순회 근무 폐지를 요구했다. 그동안 이들은 2개 학교를 맡아 한 학교(거점학교)에서 월, 수, 금 근무하고, 다른 학교(순회 학교)에서 화, 목 근무하는 식으로 근무했다. 그런데 거점 학교에서 주5일 근무하고 다른 학교로는 상담을 가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이들이 내세운 이유는 거점 학교에서 고정적인 상담을 해야 심도 있게 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당시 교육계 일부에서는 "상담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순회 상담을 안 한다고 하면 나머지 학교는 상담 사각지대에 놓인다"고 걱정했다.

그런데도 경기도교육청은 노조 요구를 받아들여 단체교섭에서 '2020년 3월 이후 순회 근무 폐지를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해줬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문 상담사 200여명이 순회 근무지로 파견됐던 학교가 다음 달부터는 상담사 배정을 받지 못한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은 교육지원청에 상주하는 상담 교사 152명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렇게 하더라도 50여 학교는 지난해까지 상담 인력이 배치됐다가 올해부터는 제외된다.

경기도교육청 관내 초·중·고교와 특수학교의 상담 인력 배치율은 약 59%로, 절반 가까운 학교엔 아예 상담 인력이 없다. 경기 한 상담 교사는 "교육지원청에 상주하는 상담 교사들은 행정업무에 치여 학교 현장에 나가기가 빠듯하다"며 "그렇다고 (상담사들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외면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다음 달부터 순회 근무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교육계 한 인사는 "경기도교육감이 노조 눈치를 보느라 학생들의 상담권을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초·중·고교 40%는 상담 공백 불가피

경기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순회 근무를 없앤 이유로 "전문 상담사들이 상담의 질이 떨어지고 업무가 과도하다고 고충을 호소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문 상담사들이 2개 학교를 도는 것이 무리였다는 주장이다. 경기 한 중학교의 전문 상담사는 "2개 학교 전교생 2000여 명 중 약 400명이 상담 지원이 필요했던 상황이라 일손이 모자랐다"며 "한 학교에서 며칠간 집중적으로 학생을 관찰해야 하는데 다른 학교로 출근하면 학생에게 신경 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한 고교 교사는 "자살 시도 등 심각한 학생은 학교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주 3일과 2일씩 나눠 상담하는 근무 형태가 큰 무리가 되는 것도 아닌데, 근무 편의를 위한 노조의 요구를 교육청이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센터는 상담 등이 필요한 도내 위기 학생을 7만1411명(2018년 기준)으로 집계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정서적 문제를 관리할 인력이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위기 학생 연령이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낮아지는 추세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며 "상담사 순회 근무가 폐지되면서 공백이 생기는 학교들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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