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한국 정치권의 경쟁이 추잡한 두 가지 이유

입력 2020.02.10 03:20

국민들 사이에 국가에 대한 일치된 관념이 없고
주심이 홈팀의 12번째 선수로 뛰는 한국 통치 시스템의 결함
더러운 정치 고치려면 이 문제 해결해야

마이클 브린 前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한국, 한국인' 저자
마이클 브린 前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한국, 한국인' 저자

정치권에서 신당 창당 소식들이 들리는 것을 보니 선거철이 돌아온 모양이다. 다른 나라에서 선거 시즌 개막은 역사가 긴 기성 정당 내 예비 후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시작된다. 한국에선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이 기존 정당에 합류 또는 탈퇴하거나 새 정당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안철수 전 의원은 최근 신당 창당을 선언하며 "대한민국이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 말을 "대한민국은 대통령 안철수 없이는 안 된다는 뜻이냐"고 하는데 그건 너무 냉소적 해석이다. 그보다는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꼭 필요한가에 대해 안 전 의원이 진심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엔 우리에게 뭐가 필요한지 알기 어렵지 않았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 당신이 대통령 후보였다고 상상해보자. 이것만은 꼭 해야 한다는 구호를 만들었을 것이다. 1950년이라면 "우린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1955년엔 "하루 세끼 쌀밥을…" 하고 외쳤을 수 있다. 1960년대엔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나라를 만들자", 1970년대엔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이제 민주주의는 어떻게 하실 거죠?"라고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작업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됐다. 또 후보자들의 이념과 개인적 이해관계, 성격상 특성 등이 진짜 필요한 일에 눈멀게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통일부 장관 출신 집권당 후보였던 정동영씨는 민주화 이후 최다 득표 차로 졌다. 국민들은 나라 경제와 생계 문제로 고민하는데 그는 북한과 관계 개선을 최고 우선순위로 삼았기 때문이다.

안 전 의원은 이념적·정치적 분열을 극복해 무책임하고 파괴적인 정치를 구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우리 모두 함께 갑시다"라는 식으로 허망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선거에서 이긴 사람들이 흔히 이런 말을 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감옥에 보낸 뒤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보면 안 전 의원의 말은 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분열의 실체는 무엇이고, 정치를 무책임하고 파괴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치적으로 좌파 또는 우파로 분류되는 정당이 여럿 존재한다. 심지어는 한 정당 안에도 좌우 정파가 있었다. 한 세대 전에 미국도 그랬다. 이런 정파와 정당들이 권력을 위해 투쟁한다. 사실 투쟁 자체는 파괴적이지 않다. 경쟁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 경쟁이 대단히 추잡한 형태로 나타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 국민이 국가에 대해 갖는 일치된 관념이 없다. 국가란 무엇인가, 정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해 공유하는 생각이 있다면 국민은 수많은 차이에도 서로에게 동료애를 느낄 수 있다. 과거엔 한국 국민들 사이에 그렇게 공유하는 국가적 비전 같은 게 있었다. 지금은 사라져 버렸지만 말이다. 좌파 쪽 사람들은 현존하지 않는, 환상 속 통일 국가 한국을 사랑한다. 그들이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우파 사람들을 악이라고 보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반면 보수 진영에선 좌파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그들은 지금 청와대도 주사파가 장악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둘째는 한국 통치 시스템의 결정적 결함이다. 한국 정치는 주심이 홈팀의 12번째 선수로 뛰는 축구 경기 같다. 사법부는 행정부에서 독립돼 있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정하지 않게 대우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음에 박 전 대통령 우호 세력이 청와대에 돌아가 주사파 세력을 어떻게 할지 결정할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이 이슈를 꺼내드는 게 선거에서 이기는 전략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유권자들은 어떤 특정 정치 집단이 다른 집단에 비해 더 윤리적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는 원래 더러운 거야. 당신들은 권투 장갑을 끼고 링 위에 올라가시오. 경제와 우리 삶을 개선하기 위해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시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럴 땐 차라리 '헬조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일지 모른다. 하지만 새 정당들이 더러운 정치를 고칠 수 있다고 국민을 설득하려 한다면, 그들의 메시지는 이 두 문제에 대한 해결이어야 한다. 그러면 정치는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다.

어떤 전략을 선택하든 정치인들은 트럼프에게서 슬로건을 빌려 올 수는 있을 것이다. "이 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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