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 이후 처음 보는 자유보수 진영의 희생과 헌신

조선일보
입력 2020.02.10 03:26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서울 종로 출마의 결단을 내린 데 이어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는 합치라는 국민 명령을 따르겠다"며 "새보수당과 한국당의 신설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유 의원은 합당 때 공천 지분 등을 일절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본인도 불출마하겠다고 했다. 통상 당 대 당 통합 때 공천 지분 문제가 가장 큰 장애물이지만 이 기득권을 모두 버리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가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는 종로 출마 결정을 내린 것이나 유 의원이 자신의 불출마로 통합 걸림돌을 스스로 치운 것은 결코 쉽지 않은 희생이자 헌신이다. 황 대표는 유 의원에 대해 "자유우파 대통합을 위해 귀한 결단을 했다"고 했다. 그 말 그대로다.

이번 4·15 총선은 4년마다 치러지는 그런 선거가 아니다. 무능한 것도 모자라 불법까지 저지르며 폭주하는 무도한 정권에 대한 심판이다. 우리 국민의 다수가 이런 정권에 찬성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민심은 이 정권의 무능 폭주를 심판하고자 하는데 야당이 분열해 엉뚱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라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것이다.

자유보수 진영은 4년 전 진박 감별 논란으로 시작해 총선 패배, 탄핵, 연이은 선거 참패를 거치며 이리저리 분열하기만 했다. 정권에 대한 견제는커녕 자기들끼리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데 더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이 모습을 질리도록 본 국민은 아예 한국당을 외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권을 비판하지만 한국당도 지지할 수 없어 마음 둘 곳 없는 국민이 너무 많은 실정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라는 구호만큼 지금의 나라 사정을 적절하게 설명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청와대가 불법 선거 공작의 총본부였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고 측근들이 무더기 기소됐다. 당장 탄핵될 수 있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정권 실세들이 총동원돼 비리 공직자를 비호하기도 했다. 이 비리들을 덮기 위해 검찰 공소장을 숨기고 검찰 수사팀을 공중 분해했다. 법원이 정당하게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마저 뭉개버렸다. 희대의 파렴치 인물을 법무장관에 기어이 임명했다. 작년 연말 국민은 집권 세력이 나라의 기본 틀인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야당 반대를 짓밟고 야합 처리하는 폭주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어떤 경우에도 선거법만은 여야 합의로 처리해왔다.

이 모든 행위의 책임자인 대통령은 딴청을 피우고 있다. 4·15 총선만 이기면 모든 불법을 덮고 넘어갈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이다. 그래서 암울한 경제 사정을 뒤로하고 총선을 겨냥한 세금 쏟아붓기에만 전력투구하고 있다. 대통령을 포함해 수백 명이 마스크를 쓰고 지방에 모인 풍경은 선거로 범죄를 넘으려는 안간힘을 보여준다. 야권이 분열해 민심이 이런 정권에 회초리를 들지 못하게 된다면 단순히 한 선거의 패배가 아니라 나라가 방향을 잃게 된다.

정권이 이토록 무도한 폭주를 해온 것은 제대로 된 야당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통합되고 강력한 야당이 있었으면 결코 이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분열되고 나약한 야당도 이 정권 폭주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총선을 목전에 두고도 통합은 지지부진한 채 얕은 계산과 서로를 향한 손가락질이 계속돼 야당이 정권의 총선 승리를 도와주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는 개탄까지 나왔다.

제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통합키로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없다. 국민 염증을 부르는 탄핵 시비를 완전히 넘어서는 것과 함께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지도급 인사와 중진 의원들은 황 대표와 유 의원이 결단한 자기희생에 동참해야 한다. 제대로 된 야당이 서 있어야만 정권의 폭주가 멈추고 국정이 정상 궤도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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