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변이에 대응할 체내 면역 조절 연구 가속

입력 2020.02.09 06:00

바이러스들이 다양한 변이를 앞세워 인간 몸에 침투하는데 맞서 체내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인간 면역 기능을 자체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면 이미 창궐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치료제를 감염 대유행 이후에나 만드는 ‘사후약방문’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면역 기능 강화 연구는 유전자편집기술 등을 사용해 외부 감염에 취약한 부분을 교정하거나, 기능이 고장난 부분을 먹어치우는 세포의 ‘오토파지’ 등을 이용하는 연구 등 모두 외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몸 속에서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을 내부에서 찾는 과정이다.

겨드랑이, 사타구니, 목, 가슴, 배에 위치해 우리 몸의 면역세포 활성화를 담당하는 신체 기관인 림프절을 작동시키는 것도 하나의 접근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림프절에서 일어나는 면역세포를 켰다 끌 수 있는 장치를 찾거나 이를 조절하는 경로를 찾는 일이 급선무다.

림프절 내 섬유아 세망세포 분화 정도와 히포 신포전달경로의 연관성.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림프절 내 섬유아 세망세포 분화 정도와 히포 신포전달경로의 연관성.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연구팀은 최근 림프절 세포에서 나타나는 면역반응의 작동원리를 밝혀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신체기관의 크기를 결정하는 ‘히포(Hippo) 신호전달경로’는 면역 기능을 활성화 하는 단서로 활용될 수 있다.

림프절은 직경 1~20mm의 강낭콩 모양의 면역기관이다.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가 이 림프절로 들어오면 림프절 내 면역세포가 활성화돼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이 면역세포를 일깨우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바로 히포 신호전달경로다.

히포 신호전달경로는 지금까지 세포 분열 억제 및 사멸을 촉진함으로써 신체 기관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히포 신호전달경로는 림프절 내부구조를 이루는 섬유아 세망세포에 직접 관여해 면역반응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 20여 종류를 준비한 후 림프절 내 섬유아 세망세포 분화 정도와 히포 신호전달경로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 면역반응이 어떻게 조절되는 지 관찰했다. 그 결과 세포 분화 초기에 히포 신호전달경로가 비활성화되면, 섬유아세포 대신 지방세포가 림프절을 차지하고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또 섬유아 세망세포 분화 후기에 히포 신호전달경로가 활성화되면 림프절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마찬가지로 면역반응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세포가 과발현됐을 시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사이토카인’ 현상도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몸은 체내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이를 막기 위한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 문제는 이러한 면역세포가 너무 없어도, 너무 많아도 안되기 때문에 이번 연구를 활용하면 면역을 활성화하거나 오히려 억제하는 등 다양한 방향의 면역 질환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배호성 연구위원은 "림프절 내 섬유아 세망세포의 히포 신호전달경로가 면역반응 조절의 핵심 기전임을 밝혔다"며 "병원체 감염, 만성 염증, 림프절 섬유화, 림프절 암 전이와 같은 치료에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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