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해운대암소갈비집이 부산 분점이 아니라고?

조선일보
입력 2020.02.08 03:00 | 수정 2020.02.08 11:14

[아무튼, 주말]
유사업체에 골치 썩는 맛집들

"부산 맛집이 드디어 서울에 분점을 낸 줄 알았는데…."

직장인 이모(32)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해운대암소갈비집에서 한우 암소 생갈비와 감자사리를 먹었다. 부산 여행을 자주 가는 그는 해당 식당이 부산 해운대암소갈비집의 분점인 줄 알았다. 상호와 어두운 바탕에 흰색으로 쓴 고전적 간판 글씨체는 물론이고 생갈비와 감자사리 등 판매되는 메뉴와 반찬 구성까지 비슷했다. 해운대암소갈비집은 1964년 부산 해운대에 문을 연 식당으로, 각종 음식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부산 지역 맛집으로 꼽힌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남동 해운대암소갈비집과 부산 해운대암소갈비집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해운대암소갈비 간판(왼쪽)과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소문난암소갈비 간판. 어두운 바탕에 흰색으로 쓴 고전적 글씨체가 유사하다. 온라인 캡처·독자 제공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해운대암소갈비집 간판(왼쪽)과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암소갈비집 간판. 어두운 바탕에 흰색으로 쓴 고전적 글씨체가 유사하다. /온라인 캡처·독자 제공
따라 하기에 골머리 앓는 맛집들

지난해 7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연예인들이 직접 식당을 운영하는 유명 TV 프로그램 '강식당'을 그대로 베낀 식당이 등장한 것이다. 당시 강식당은 '김치밥이 피오났어요' '니가 가락국수' 등 멤버들의 이름을 반영한 재치 있는 음식 메뉴를 제공했는데, 해당 식당은 메뉴 구성과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2018년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탄 한 경양식집에서도 표절 논란이 있었다. 해당 식당은 음식 레시피뿐 아니라 커피잔에 담긴 장국 등 플레이팅까지 똑같이 따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남 통영 동피랑 마을의 울라봉카페도 몇 해 전 표절로 골머리를 앓았다. 해당 카페는 카페라테 거품 위에 초콜릿 시럽으로 재치 있게 욕을 써 주는 '쌍욕라떼'로 지역 명물이 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 감천 문화마을에 '감천욕라떼'라는 가게가 등장했다.

마카롱의 필링을 두껍게 넣는 '뚱카롱', '떡 케이크' 등도 여기저기서 원조 논란이 벌어진다.

맛집을 따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맹점이나 유명 기업이 운영하는 식당이 아닌 이상, 중소 가게는 초기 손님을 모으기에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이미 검증된 레시피나 인테리어 등은 초기 리스크를 크게 줄여주고, 유명 맛집의 인지도는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를 준다. 유명 맛집 따라 하기가 속출하는 이유다.

법적으로는 부정경쟁행위 여부 따져야

그렇다면 법원은 유명한 맛집의 상호와 그 메뉴를 그대로 따라 하는 행위를 어떻게 볼까. 국내법에는 이를 판가름하는 조항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가 있다. 이 법 제2조 제1호 나목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 그 밖에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는지' 여부를 따진다. 2018년 1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재판장 윤태식)는 통영 울라봉카페 업주가 감천 문화마을 카페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금지 소송에서 감천욕라떼가 표절에 해당한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감천욕라떼'와 '쌍욕라떼' 모두 주된 인식 부분은 '욕라떼' 내지 '욕'으로 서로 외관, 호칭 및 관념이 동일하다"며 "감천욕라떼가 울라봉카페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했다.

국내 한 로펌 관계자는 "최근에는 상표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해당 업체만의 독특한 인테리어나 플레이팅 등도 부정경쟁행위로 보는 추세"라며 "강식당 역시 메뉴 이름을 베낀 것만으로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부산 해운대암소갈비집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해운대암소갈비집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가

당시 강식당을 연출했던 나영석 PD는 표절 논란에 대해 법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우리가 노력을 통해 만들어낸 것을 식당에서 허락 없이 따라 한다는 건 기분이 좋지 않다"며 "잠깐의 화제를 내려고 만드는 음식에 대단한 정성이나 아름다운 맛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굳이 사먹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결국 최종 선택은 소비자가 한다. 명동의 유명 칼국수 맛집 '명동교자'는 과거 이름을 따라 하는 무수한 칼국수 집 때문에 이름을 '명동교자'로 바꾸었다. '명동'이나 '칼국수' 등이 상표등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명동교자보다 유명한 명동 칼국숫집은 없다. 진짜 맛집은 이름 따라 하기만으로는 흉내조차 힘든 법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