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장할때부터 펠로시에 눈길 한번 안 줬다

입력 2020.02.06 03:00

[새해 국정 연설서 신경전]

트럼프, 연설문도 툭 던지듯 줘… 1시간 18분동안 자화자찬 일관
펠로시, 의원들에 대통령 소개할때 관례대로 하는 "영광"이란 말 빼

트럼프가 악수 거부하자… 트럼프 연설문 찢은 펠로시 - 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을 마친 직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원고를 찢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계속해서 신경전을 벌였다. 국정연설 전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에게 연설 원고를 툭 던지듯 줬고, 펠로시가 악수를 청하자 무시하듯 등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 상원의 탄핵 심판 찬반 투표를 하루 앞두고 이뤄진 이날 국정연설은 미 정치권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트럼프가 악수 거부하자… 트럼프 연설문 찢은 펠로시 - 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을 마친 직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원고를 찢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계속해서 신경전을 벌였다. 국정연설 전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에게 연설 원고를 툭 던지듯 줬고, 펠로시가 악수를 청하자 무시하듯 등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 상원의 탄핵 심판 찬반 투표를 하루 앞두고 이뤄진 이날 국정연설은 미 정치권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각) 미 의회에서 열린 새해 국정 연설 현장에서 자신의 탄핵을 추진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의 악수를 거부했다. 그러자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님 미국을 축복하소서"라고 연설을 마무리할 때 일어나 트럼프의 연설문을 찢어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 상원의 탄핵 심판 찬반 투표를 하루 앞두고 이뤄진 이날 국정 연설은 갈기갈기 찢긴 미국 정치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 연설을 하러 들어올 때부터 펠로시 의장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자신의 연설문을 펠로시에게 줄 때도 툭 던지듯 줬고 펠로시 의장이 악수를 청할 땐 무시하듯 등을 돌렸다. 그러자 펠로시 의장은 머쓱한 듯 손을 뺐다. 원래 미 하원의장은 대통령을 소개할 때 "미국 대통령을 여러분께 소개하는 것은 큰 영광"이라고 말하는 것이 관례지만, 펠로시는 이날 "의원 여러분, 미국 대통령입니다"라고 간단하게 소개하고 끝냈다.

1시간 18분간 계속된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미국의 귀환이라는 약속을 지켰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탄핵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불과 3년 만에 미국의 쇠퇴라는 사고방식을 깨뜨리고 미국의 운명이 축소되는 것을 거부했다"며 낮은 실업률과 미·중 무역 합의, 이민 정책 등을 자랑했다. 이날 연설은 마치 재선 도전용 선거 유세 같았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연설 내내 고개를 숙이고 연설문을 뒤적이고 아래만 봤다. 간혹 트럼프 대통령이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등 초청 인사를 소개할 때만 잠깐씩 일어나 손뼉을 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가 경제 성과를 자랑하자 야유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 공약 등을 염두에 둔 듯 "일부 세력이 건강보험 시스템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우리는 사회주의가 미국의 건강보험을 파괴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당신이 무너뜨린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가운데) 하원의장이 신년 연설 원고를 건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못 본 체 외면했다. 맨 왼쪽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가운데) 하원의장이 신년 연설 원고를 건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못 본 체 외면했다. 맨 왼쪽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AFP 연합뉴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마무리할 때쯤 갑자기 일어난 뒤 연설문을 네 차례에 걸쳐 찢어버렸다. 이 장면은 그대로 방송에 생중계됐다. 이를 중계하던 CNN 앵커도 "펠로시 의장이 갑자기 연설문을 찢었다"고 당황한 듯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후 펠로시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연단을 내려갔다. 펠로시는 국정 연설 후 기자들이 왜 연설문을 찢었느냐고 묻자 "나는 (연설문) 한 장에서라도 진실을 찾으려고 했는데 없었다"며 "그것은 거짓된 선언서"라고 했다. 펠로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안 표결 때 달았던 브로치를 똑같이 하고 나왔다.

'트럼프 대 펠로시'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트위터에서 펠로시 의장을 '미친(crazy) 펠로시' '신경질적 낸시'라고 부르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아 왔다. 지난해 10월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로 촉발된 터키의 시리아 침공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 지도부가 백악관에서 회동했을 땐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3류 정치인"이라고 불러 펠로시 의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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