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도시들 잇달아 폐쇄한 中, 외국엔 '중국인 입국 막지 말라'

조선일보
입력 2020.02.06 03:18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사태로 세계 각국이 초비상이다. 일본에선 우리 국민 9명을 포함해 승객 3700명을 태운 크루즈선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일본·중국·호주 등 다국적 감염자 10명이 확인됐다. 홍콩인 승객 한 명이 옮겼다. 승객들은 요코하마 항구에 발이 묶인 채 검사를 받으며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다. 영국 정부는 이날 중국 전역에 있는 자국민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철수를 권고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도 철수 권고를 내렸다.

국내에선 이날 싱가포르를 다녀온 사람이 17번·19번째 환자로 확진됐다. 중국 밖 감염 사례가 일본·태국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방역 당국이 그간 중국 후베이성 위주로 대응하느라 이들은 사실상 방역 통제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12번 환자가 방역 당국이 모르는 사이 접촉한 사람이 600명 넘고 16번 환자 접촉자는 한 병원에서만 300명 넘는다고 한다. 가장 우려하는 지역사회 대유행 사태로 갈 수도 있다.

중국의 감염 확산은 현기증이 날 정도다. 매일 수십·수백 명 늘던 감염자가 이제는 하루 4000명 가까이로 폭증했다. 확진 환자만 2만4000명 넘고 사망자는 보름 만에 500명이 됐다. 병세가 심한 중증 환자도 3200명이다. 중국 정부는 후베이성 우한시 전체를 봉쇄한 데 이어 인구 1000만명 대도시인 저장성의 주요 도시(항저우·원저우)와 산둥성(린이)에 대해서도 잇따라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가구당 주민 1명만, 이틀에 한 번씩 외출해 생필품을 구입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봉쇄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자국 내에선 도시 전체를 봉쇄하면서까지 감염 차단에 나서면서 외국이 중국 방문 외국인의 입국 금지를 발표하면 "비과학적"이라고 한다. 주한 중국 대사는 "여행 제한이 불필요하다"고 우리 정부를 압박했지만 주일 중국 대사는 "(중국 내) 감염 확산 기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를 쉽게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그런 중국 눈치를 본다. 중국 전역으로 감염이 확산된 지 오래인데도 방역 초점은 후베이성에만 맞춰져 있다. 정부는 이날 중국 밖 입국자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 후베이성 이외 중국 내 지역에 대해서도 "상황을 살피겠다"고 했다. 문제가 이미 터진 뒤에 방역 대책을 내놓으면 무슨 소용인가. 이것은 정부의 심각한 직무 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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