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경제 돌직구] '엉터리·가짜' 경제 뉴스로 가득 찬 대통령의 신년사

조선일보
  •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
입력 2020.02.03 03:12

"경제성장률 가장 높은 수준"→선진국 중 중위권 수준
"고용의 질 좋아졌다"→비정규직 비율 역대 최고
"3대 분배 지표 모두 개선"→통계적으로 의미 없는 변화 과장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
어느 정권이든 대통령 신년사는 자신들이 '실제로 잘한' 내용을 자랑하고 미래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는 우리 경제에 대해 얼마나 정확한 사실을 담고 있을까.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경제 발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과 명백하게 다른 내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6개 회원국 중 15위로 중위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부국(富國) 50개국 조사에서도 20위로 역시 중위권이다. 이 국가들 중엔 우리보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높으면서도 경제성장률도 높은 나라가 7개국이나 된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10만달러가 넘는 룩셈부르크는 경제성장률이 2.56%, 8만3000달러인 아일랜드는 4.25%, 6만5000달러인 미국은 2.35%였다.

더 심각한 건 경제성장률에서 민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작년 경제성장률 2.0% 중에 정부 재정 기여분이 1.5%, 민간 부문은 0.5%였다. '세금 퍼부어 성장'을 한 것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더욱 참담하다. OECD 회원국 36개국 중에서 미국·일본 등 18개국은 전년도에 비해 작년 잠재성장률이 올라갔다. 한국은 아일랜드·터키에 이어 낙폭이 큰(2.72%→2.62%) 세 번째 국가였다.

문 정부 2년간 36시간 이상 일자리 20만 7000개 감소

문 대통령은 또 일자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상용직이 크게 증가하고,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50만명 이상 늘어 고용의 질도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 주장에는 2018년 고용 절벽에 따른 기저 효과, 세금 주도 노인 일자리 창출이 만든 허수, 이 정권 들어 생긴 기현상인 농림어업 취업자 수 증가 등에 대한 고려나 설명은 전혀 없다.

우리 일자리 상황은 대통령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 고임금인 제조·금융업 분야 일자리 파괴는 계속되고 있고, 대신 정부 재정으로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 숙박·음식업 등에서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를 두고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할 수는 없다. 전 노동연구원장인 박기성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문 정부 2년 동안 36시간 이상의 일자리로 환산한 일자리 개수는 20만7000개 감소했다.

우리나라 기간제 근로자는 380만명쯤 되는데 이 중 98%가 2년 미만 계약이고, 1개월 미만 계약자는 2019년 6월 기준 전년 대비 64%나 급증했다. 이는 분명 고용의 질이 나빠진 것이다. 대졸 이상의 실업률은 감소한 반면 중졸 이하는 실업률이 상승한 점도 고용의 질 악화를 뒷받침한다. 이번 정부 들어 비정규직 비율이 역대 최고로 치솟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무려 16만9000명 증가하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8만명이나 감소했다는 것 또한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노인 알바·파트타임 증가로 노동시간 감소→저소득층 근로소득 감소

문 대통령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일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 아래로 낮아져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인 알바·파트타임 일자리 증가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박기성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우리나라의 총노동시간 투입이 24억7000만 시간 감소했다.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감소와 국내총생산(GDP) 감소는 노동 투입 감소가 근로소득 감소로 이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노동 존중이 아니라 실업일 뿐이다.

대통령은 지난해 포용 정책의 성과로 3대 분배 지표가 모두 개선되었고 가계소득도 모든 계층에서 고르게 증가했다며 양극화 완화를 자랑했다. 교묘한 가짜 뉴스다. 2분기 기준으로 가계 지니계수 변화를 보면 2015년 26.9에서 2018년 30.7로 급등했다가 2019년 30.6이 됐다. 통계적으로 거의 의미가 없는 이런 미세한 변화를 개선이라며 과장한다. 5분위 배율(최상위 계층 20% 소득을 최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비율) 추이도 마찬가지다. 가처분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의 추이도 역사적 추이선을 보면 이전 보수 정부에서부터 일관되게 하향해 왔다. 모든 계층에서 소득이 늘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명목소득만 늘었지 실질 가처분소득은 저소득층에서 줄었다.

한국이 세계에서 경제적 불평등 심하다고 한 것은 가짜 뉴스

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는 고도성장 정책 추진과 미국 모델의 결과라며 보수 정권과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렸다. 최근 블룸버그가 한국 영화 기생충이 왜 틀렸는지를 설명하면서 한국의 분배 지표들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이쯤 되면 세계에서 가장 양극화가 심하고 경제적 불평등이 크다고 했던 지금까지의 가짜 뉴스부터 사과하는 게 옳지 않을까.

자신의 공적이 아니거나 그 근거가 희박한데도 공치사는 계속된다. 가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2년부터 계속 감소 상태로 문 정부 들어와서 특별히 더 낮아진 것은 아니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 추세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는데 무엇이든 긍정적 지표는 다 자신들 공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주 가짜 뉴스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엄중한 처벌을 경고하고 있다. 본인의 신년사를 청와대 밖의 전문가들과 가짜 뉴스 점검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경제 문제에 관한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가짜 뉴스를 반복하고, 청와대 내에 이를 거를 참모들이 없다는 것은 앞으로 경제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고통과 국가적 손실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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