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원 지역구 피해 우리한테 보내나"… 아산·진천 野의원들 강력 반발

입력 2020.01.29 15:41 | 수정 2020.01.29 17:42

정부가 30~31일 전세기 편으로 귀국하는 중국 우한 교민과 유학생들을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 있는 공무원 연수 시설에 격리 수용하기로 하자 지역 주민들은 물론 이 지역 국회의원들도 정부에 재검토를 요구하며 강력 반발했다. 당초 후보지 검토설이 돌았던 천안(우정공무원교육원, 중앙청소년수련원) 지역 국회의원들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자유한국당 의원 지역구인 아산과 진천이 격리 수용지로 결정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29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농기계로 도로를 막는 주민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아산과 충북 진천 공무원 교육시설에 우한 교민을 격리수용 한다는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29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농기계로 도로를 막는 주민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아산과 충북 진천 공무원 교육시설에 우한 교민을 격리수용 한다는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정부는 국내 송환하는 중국 우한 지역 교민·유학생을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나눠 격리 수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이 지역 국회의원인 한국당 이명수(충남 아산갑)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수많은 아산시민이 거주하고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과 제약요인이 있어 격리시설로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수용할 경우 아산 시민과) 인근 천안 시민과 정서적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고충 및 관련 공무원과 의료진의 노고와는 별개로, 정부의 일방적인 경찰인재개발원의 보호시설 선정을 결단코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후 수용시설 선정 재검토를 요청하기 위해 세종시에 있는 보건복지부를 항의 방문했다.

이 의원 측은 통화에서 "우한 폐렴에 대한 충남 주민들의 공포심이 큰 상황에서 격리시설로 천안이 거론되다 갑자가 바로 옆 야당 지역구인 아산⋅진천 으로 선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정부가 여당 의원 지역구는 건드리지 못하고 만만한 야당 의원 지역구로 격리 시설을 옮긴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은 일반 주거지와의 접근성 등을 고려했을 때 당초 후보지로 거론됐던 공무원교육원보다 훨씬 감염의 전파 위험성이 큰 지역"이라고 했다.

진천을 지역구로 둔 한국당 경대수(충북 증평‧진천‧음성) 의원도 이날 오후 진천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 혁신도시내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우한 교민·유학생 수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경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도 "인구가 밀집한 충북혁신도시내에 위치한 공공시설에 수용하는 것은 자칫 더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가) 수용을 강행한다면 충북 진천군을 비롯해 충북 혁신도시 전체, 중부권 전체 주민들의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혁신도시 인근은 농촌 지역으로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아 질병 정보에 취약하고 소독 등 감염 방지 대책도 미흡하다"며 "주민들이 고령이라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우한 폐렴에 걸릴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왼쪽)과 경대수 의원/조선일보DB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왼쪽)과 경대수 의원/조선일보DB
이 지역 의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무엇보다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산과 진천의 공무원 연수 관련 시설을 우한 교민·유학생 격리 수용 시설로 결정할 것이란 보도가 이어지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으로 들끓는 것은 물론 트랙터로 진입로를 막는 등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그런 만큼 총선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우한 폐렴 관련 격리 수용 시설이 들어설 경우 여론이 악화하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격리 수용 후보지설(說)이 돌았던 인근 천안 지역 의원들이 여당 소속이어서, 야당 의원 지역구인 아산과 진천이 수용지로 결정됐다는 루머가 도는 것도 이 지역 의원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염병 사태를 맞아 정부가 주도하는 방역에 협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귀국 교민·유학생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이고 정부가 감염 예방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에 대한 사전 설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교롭게 야당 의원 지역구 시설이 수용지로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정치적 논란까지 커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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