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통신위성 자력으로 쏘아올릴 길 열린다

입력 2020.01.29 03:00 | 수정 2020.01.29 10:16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가닥]

고체연료 기반 추진체 도입하면 누리호 발사도 용이해질 듯, 유사시 ICBM으로 전용 가능
전문가 "중국 반발할 가능성… 美미사일 우회배치로 여길수도"

한·미 미사일 지침이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푸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당장 우주용 장거리 로켓 개발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국산 로켓인 '나로호'를 액체연료 기반으로 개발해왔는데, 복잡한 구조와 불안정성으로 수차례 실패를 거듭했다.

액체연료 기반 로켓은 추력이 강하지만 연료를 주입하고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복잡하다. 반면 고체연료 기반 로켓은 연료 주입 과정이 없고, 발사 과정 역시 복잡하지 않다. 고체연료 기반 로켓 개발이 완료되면 1t 안팎 소형 위성발사체를 600㎞ 안팎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된다. 우리 정부가 필요한 소형 정찰·통신 위성 등을 안정적으로 우주에 올려놓을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한, 미 미사일 지침 주요 내용 정리 표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고체연료 기반 추진체를 사용하면 당장 500㎏~1t가량의 소형 위성 발사체를 안정적으로 쏠 기반이 마련된다"며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추진 중인 누리호 탑재 인공위성 역시 1.5t 규모로, 고체연료 기반 추진체 기술을 도입하면 발사가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액체연료 기반 나로호만 하더라도 연료 유지·주입을 위해 상당한 기술·인력이 필요했다"고 했다. 고체연료로 전환 시 연료 주입·보관 과정이 없어지기 때문에 비용도 절약된다. 실제로 이웃 일본은 이미 고체연료 기반의 로켓 '엡실론'을 2013년 쏘아 올렸는데, 엡실론 발사 비용은 주력 로켓인 H-2A의 3분의 1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침 개정은 중·장기적으론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와도 맞물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등 동맹국이 자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배치한다면 군사적 부담이 작아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이번 개정 협의에 전향적으로 나섰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언제,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는 고체연료 기반 로켓의 개발은 장기적으로 우리 국방력 향상과도 직결된다"고 했다. 고체연료 기반 로켓은 유사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이 가능하다. 고체연료 기반 로켓이 개발되면 원론적으로 이동식발사대(TEL)를 이용한 ICBM 발사 기술을 갖추게 된다.

이번 미사일지침 개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임기 내(202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기조와도 궤를 같이하는 측면이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사일 개발은 적은 비용으로 적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라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자주국방'과 전작권 전환에 가장 필요한 요소로 미사일 지침 개정이 꼽혔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국과의 갈등은 위험 요소로 꼽힌다. 군 관계자는 "중국이 우리의 고체연료 기반 발사체 개발을 미국 측 중거리 미사일 우회 배치의 한 방법으로 생각할 여지가 있다"며 "방어 무기인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배치만으로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중국이 향후 어떻게 이를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미국 측은 그간 고체연료 사용 기술이 군사용 목적으로 쉽게 전용 가능하다는 이유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난색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한·미 당국 간 협의 과정에서 '다른 나라와 형평성이 맞지 않고, 민간용 로켓에 한해 제한을 풀자는 것"이란 우리 정부의 설득 논리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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