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확산 차단, 이번주가 고비... 中 시진핑, 설 연휴 반납하고 초강력 대책 천명

입력 2020.01.26 10:55 | 수정 2020.01.26 11:03

중국에서 전염병인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일명 ‘우한 폐렴’ 감염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중국 정부가 지금보다 강력한 방역 대책을 천명했다. 중국에서 단체 여행은 당분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사라졌고, 수도 베이징은 ‘육지 위의 섬’이 되버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연휴 이틀째임에도 직접 나서서 방제 대책 수립에 팔을 걷어부쳤다. 전문가들은 27일부터 한 주가 확산 또는 진정을 결정할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신형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31개 성(직할시 4개·자치구 5개 포함) 중 서부 티베트를 제외한 모든 곳으로 퍼져 나가자, 중국 정부는 이날 중국 국내 단체여행, 해외 단체여행을 모두 중단하는 초강경 대응책을 꺼내들었다.

춘제 연휴를 맞아 내륙 전역에 걸친 대(大)이동이 벌어지면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 대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보건 당국 차원에서 이전보다 강도높은 추가 대책을 발표한 것.

26일 0시 기준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하룻밤새 15명이 늘었다. 전날 16명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좀처럼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체 희생자 수는 총 56명에 육박한다.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폐렴 확진을 받은 환자 수는 불과 이틀전 600명에서 이제 2000여명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났다

 25일 중국 허베이성 우한의 적십자 병원 의료진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5일 중국 허베이성 우한의 적십자 병원 의료진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여행사협회는 문화관광부의 요구에 따라 오는 27일부터 여행사들이 호텔과 항공편 예약을 포함한 모든 단체관광 업무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국내 단체관광 업무는 이미 24일부터 중단된 상태다. 우한 폐렴이 사라지기 전까지 중국에서 단체 여행은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티베트를 제외한 중국 전역으로 바이러스가 퍼지자 수도 베이징은 하늘 길을 제외한 다른 문을 더 세게 걸어 잠궜다. 26일부터 베이징에서 다른 도시를 오가는 시외 버스편은 당분간 운행이 전면 금지된다. 신화통신은 이날 베이징시 교통 부문 관계자를 인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해 베이징시가 이런 조치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버스 운행 재개 시점은 미정이다.

베이징의 관문인 서우두(首都)공항과 다싱(大興)공항에서는 공항에 발을 디딘 모든 승객들 체온을 측정한다. 공항 터미널과 기차역처럼 외부인이 주로 드나드는 거점은 물론, 주로 베이징 시민들이 사용하는 지하철역에서도 예외없이 승객들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작년 12월 31일 처음 발발한 우한 폐렴은 곧 발생 한달을 맞는다. 통상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 후 한달을 기점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분수령은 이번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명절 연휴까지 반납해가며 확산 방지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중국 공산당 총서기인 시 주석은 이날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당 중앙에 전염병 업무 영도소조(팀)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전했다. 전염병 업무 영도소조는 앞으로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직속으로 편재돼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방제 업무를 집중 전담한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회의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업무로 전염병 방제를 꼽고, 전염병 확산으로 민심 동요를 우려한 듯 "당정 각급 지도 간부들에게 자리를 지키고 앞장서서 지휘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우한 치안당국 소속 경찰이 25일 도시를 떠나려는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한 치안당국 소속 경찰이 25일 도시를 떠나려는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23일 인구 1100만명의 대도시 우한을 외부로부터 완전 차단하는 초유의 대책을 내놨다. 사망자가 17명, 확진자가 600여명 수준이던 시점이다. 바로 다음날인 24일에는 인근 도시를 추가로 봉쇄하고 자금성과 같은 유명 관광지를 전면 폐쇄했다.

그러나 이미 춘제 연휴를 앞두고 200만~300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우한과 인근 도시를 떠난 것으로 전해져 봉쇄령이 실제 효과를 거둘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나왔다. ‘늑장 대응’, ‘뒷북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봉쇄령 소식 역시 전날 밤부터 온라인 등을 통해 퍼지면서 이미 상당수가 우한을 봉쇄령 발효 이전에 ‘탈출’했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한의 한 의사는 익명을 전제로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보낸 서신을 통해 지방 보건당국의 늑장 대응이 우한 폐렴 사태의 심각성을 키운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이후 급속히 확산됐는데도 새로운 환자 통계를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25일 오후 9시 기준 중국 전체 31개 성(직할시 4개·자치구 5개 포함) 중 30곳에 대해 공공위생 경보를 최고 단계인 '중대 돌발 공공위생 사건' 1급 대응 수준으로 높였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26일 0시 기준 중국 30개 성에서 폐렴 확진자가 1975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하루 사이 688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위건위는 폐렴 확진자 1975명 중 324명이 중증 상태라고 밝혀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내륙 지역에서 의심 보고 사례도 누적 2684건으로 집계됐다. 위건위는 현재 감염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 2만3431명을 의학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중국 밖 세계 곳곳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전날까지 확진자가 나타난 한국, 홍콩, 마카오, 대만, 태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미국, 프랑스, 네팔에 이어 25일 호주, 26일에는 캐나다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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