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리포트] 한반도 공부에 열 올리는 美 민주당 후보들

입력 2020.01.24 03:11

가장 '트럼프스러운' 한반도 정책, 민주당은 공부하며 공격 중…
이에 맞서 北核합의 성급해지면 한반도 운명, 달라질 수도 있다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요즘 북핵과 동맹 등 한반도 문제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조 바이든,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등 선두 주자들이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와 학자들을 자문으로 두고 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워런 후보의 정책 자문이고, 데이비드 강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샌더스 후보를 돕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 석좌인 정 박은 바이든 후보의 외부 자문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인 수미 테리는 피트 부티지지 후보에게 조언해주고 있고, CSIS 한국 석좌인 빅터 차는 특정 후보를 돕는 건 아니지만 최근 워런과 마이클 블룸버그 후보에게 각각 브리핑을 했다. 워런은 아시아 전반과 동맹의 가치 등에 관심을 보였고, 블룸버그는 북한 문제에 집중했다고 한다.

미국 대선에서 외교정책은 인기 없는 주제이다. 의료보험, 교육, 세금 같은 민생 관련 주제에 비할 바가 아니다. 북핵이 대선의 결정적인 변수라고 믿는 사람은 더더구나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 경선 후보들이 한반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북핵과 동맹이 너무나 '트럼프스러운', 트럼프의 핵심 관심사라는 데 있다. 트럼프를 이기려면 트럼프 색채가 가장 강한 정책을 겨냥해야 하니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중국 문제는 누가 미국 대통령이 돼도 지금처럼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동 문제 역시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닌 한 누가 해도 큰 차이를 만들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핵과 한·미 동맹은 다르다.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에서 미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결코 하지 않았을 방식을 택했다.

먼저 동맹 문제를 보자.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은 한국에 '동맹 홀대'를 의미했다.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나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이 쓴 책 '매우 안정된 천재'는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에게 한국은 엄청난 무역적자로 미국에 손해를 끼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주한미군 주둔 비용조차 제대로 내지 않는 돈 많은 나라이다. 그래서 한국은 동맹국 중 제일 먼저 손봐야 할 대상이었다.

트럼프의 그런 생각이 구체화한 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5배 증액 압박으로 시작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다. 미국 안보가 동맹 없이는 유지되기 힘들다고 보는 동맹파에게 동맹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정책의 문제점을 한국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더 거칠게 비판한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은 그 파격으로 엄청난 화제가 됐지만 본질인 비핵화에선 반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민주당 후보들은 트럼프가 '무상으로 사진 촬영만 했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낚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요즘 워싱턴에선 북한을 '블랙홀'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어떤 메시지를 보내도 이렇다 할 응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당분간은 제재 완화 등을 요구하며 말로는 거칠게 나와도 도발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본격적인 협상은 대선 이후로 미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 임기 말에 추진했던 미·북 접촉이 무산됐던 경험이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스몰 딜' 등 갑작스러운 합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 후보의 비판이 계속되면 트럼프가 '외교 성과'에 대한 유혹 때문에 급하게 어정쩡한 합의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이 미국 대선 바람에 흔들릴 때 한반도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중요한 결정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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