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인은 얼굴로… 룸서비스는 로봇이 띵동' 알리바바 호텔, 일하는 사람들은 어디 있나요?

조선일보
  • 항저우=이영재 탐험대원
  • 취재 동행=김신영 기자
    입력 2020.01.23 03:00 | 수정 2020.01.23 07:16

    [청년 미래탐험대 100] [72] 신기했지만 두려워졌다… 中 알리바바 마을에서의 하룻밤
    신기술에 관심 많은 이영재씨

    엘리베이터도 내 얼굴 알아봐 - 내 호텔 룸이 있는 층에서 멈춰…
    로봇이 손목 스냅 주며 칵테일 제조

    인간 대신 기계가 일하는 마을 - 로봇이 바쁠 때만 인간이 도와줘
    근처 無人 수퍼에선 얼굴로 결제, 30분만에 3㎞ 반경에 배달 서비스

    이 호텔, 나에 대해 어디까지 알까 - 말 안통하는 외국인보다 편하지만
    내가 먹은 요리, 마신 칵테일… 나의 정보, 다 저장된 건 아닐까

    이영재 탐험대원
    항저우=이영재 탐험대원
    "슬리퍼 좀 갖다주세요."

    중국 항저우(杭州)에 있는 플라이주(Flyzoo) 호텔 객실에서 지난 17일 슬리퍼를 주문했다. 전화가 아니라 룸에 있는 작은 AI(인공지능) 스피커에 대고 소리를 쳤다. 이 객실엔 전화가 없다. 있다 한들 무용지물일 가능성이 크다. 호텔에 프런트 데스크가 없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스마트스피커인 톈먀오징링(天猫精靈)에게 이야기하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내가 슬리퍼를 가져다 달라고 한 지 약 10분 후쯤 벨이 울렸다. 문을 열었더니 그 앞엔 사람이 아닌, 로봇 직원이 서 있었다. "주문하신 슬리퍼를 가져왔습니다." 슬리퍼를 받아 들자 로봇은 뒤로 돌아 조용히 사라졌다.

    중국 정보기술(IT) 업체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 시시(西溪)단지는 이른바 '알리바바 마을'이라고 불린다. 상거래에서 시작해 물류·외식·금융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산하고 있는 알리바바는 이 동네에서 자신들이 꿈꾸는 세상, 그곳에 적용할 신기술을 가장 먼저 실험한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나는 신기술이 불러올 변화에 관심이 많다. 알리바바가 설계하는 미래의 모습을 보기 위해 항저우행 비행기를 탔다. 그곳엔 기계가 인간 대신 일하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로봇 호텔리어가 모십니다"

    2018년 문을 연 플라이주 호텔은 '로봇 호텔'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실제로 이 호텔 곳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로봇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층 칵테일바의 바텐더 로봇은 주문이 접수되면 선반에 있는 잔을 능숙하게 꺼내고 천장에 매달린 술병에서 정확한 비율로 술을 따라 칵테일을 만들었다. 손목에 '스냅'을 주어가며 칵테일을 섞는 모습은 경쾌해 보였다. 주문과 결제는 스마트폰 앱으로 끝났다. 복도에 있는 아이스크림 로봇은 고객이 지나가면 두 팔을 들고 춤을 추면서 '맛난 아이스크림을 먹으라'며 호객까지 했다. 스마트폰으로 딸기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니 로봇이 컵에 아이스크림을 담아 건넨다. 지나가던 이 호텔 직원이 말했다. "로봇이 너무 바쁘면 그때 사람이 도와주기도 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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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문을 연 플라이주 호텔에선 로봇이 사람 대신 일한다. 칵테일바에서 주문을 받은 로봇이 잔을 꺼내 술을 따르고 복도에 있는 아이스크림 로봇은 판매를 위해 춤을 추며 손님을 끌어들인다. 사진은 투숙객이 주문한 아침 식사를 로봇이 방으로 배달하는 모습. /알리바바
    이 호텔 1층엔 프런트 데스크 대신 '기계 직원' 격인 키오스크(kiosk)가 서 있었다. 중국인 투숙객들은 신분증을 스캔한 다음 기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얼굴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단, 외국인은 아직 인간 직원이 여권을 확인하고 얼굴을 찍는다). 체크인을 하고 나자 '얼굴'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엘리베이터는 내가 무슨 층에 가는지를 얼굴로 파악했다. 묵는 층이 아니면 버튼이 눌리지 않았다. 호텔 방문은 얼굴로 열렸고 아침 식사를 하러 가서도 직원에게 몇 호에 묵는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식당 앞 카메라를 응시하면 '어서 오세요. 이영재님'이란 메시지가 떴다. 헬스장도 얼굴로 입장하면 끝이었다. 플라이주 호텔 앤디 왕 CEO는 "IT 기업인 우리가 호텔을 만든 이유는 신기술과 숙박업을 결합해 여행업에 혁신을 불러오기 위해서"라며 "궁극적으로 여행업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혁신을 이뤄내도록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첨단 호텔에 없는 한 가지, '냉장고'

    플라이주 호텔 디자인은 우주선을 연상케 했다. 깨끗하면서 화려했다. 그런데 방에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냉장고였다. 그 이유를 묻자 알리바바 관계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층마다 자판기가 있고, 바로 옆에 무인 수퍼마켓이 있고, 필요하면 그 수퍼마켓이 30분 안에 모든 것을 배달해주는데 굳이 냉장고가 필요할까요?" 그가 말한 무인 수퍼마켓은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허마셴셩(盒馬鮮生)을 가리킨다. 플라이주 호텔이 숙박업의 파괴적 변화를 추구한다면 허마셴셩은 유통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내건 곳이다.

    지난 14일에 허마셴셩에 들어섰다. 철컥철컥 레일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천장의 파란 장바구니들이 레일에 매달려 펄럭거리며 빠른 속도로 돌아다니면서 내는 소리였다. 72시간 전에 잡았다는 살아 있는 바닷가재, 태국에서 공수한 희귀한 과일 두리안 등을 실은 장바구니가 천장을 날아다녔다. 장바구니는 온라인 주문 상품을 담기 위한 용도다. 물건을 바구니에 담는 건 사람이지만, 주문을 접수·결제·분류하고 배송용 오토바이에 전달하는 과정은 모두 무인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매장(중국 전역 98개) 3㎞ 반경 안에 있으면 30분 안에 배달이 된다. '알리바바가 냉장고를 없애려 한다'는 소문이 도는 이유다.

    이곳에서 직접 장을 보는 이들은 무인 계산대에서 물품의 바코드를 찍은 다음 '셀프'로 계산을 했다. 그러나 한국의 무인 계산대와는 달랐다. 지갑조차 꺼내지도 않고 정면의 카메라만 쳐다보면 결제가 완료됐다. 알리바바 관계자는 "휴대폰 결제 앱인 알리페이 등에 얼굴 등록을 해놓으면 전화를 켤 필요도 없이 얼굴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알리바바가 구축하는 무인 세상은 분명히 편리해 보였다. 지갑 없이 장을 보고, 호텔 방에 카드 두고 나올 걱정도 할 필요 없고, 말 안 통하는 외국인 직원과 대화할 필요 없이 휴대폰으로 칵테일을 시켜 먹는 세상 말이다. 하지만 약간 무섭기도 했다. 내가 먹고 자고 유흥을 즐긴 정보가 얼굴에 다 저장된 셈 아닐까. 요즘 중국 대도시에선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얼굴 인식으로 적발한다는 이야기도 돈다. 실제로 선전(深圳)시에선 10개월 동안 1400명이 적발됐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알리바바 측도 이런 불안을 이해하고 있을까. '원한다면 예전 방식의 플라스틱 카드를 써도 된다'란 안내문이 호텔 곳곳에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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