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독자파병으로 미국·이란 관계서 절충안 찾은 정부

입력 2020.01.21 11:56 | 수정 2020.01.21 13:49

정부가 21일 호르무즈 해협에 청해부대를 파병하되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연합체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은 대미·대이란 관계를 고려한 절충안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원하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미국과 전쟁 위기까지 치달은 이란과의 관계를 감안한 결과라는 것이다. 한국 국민과 선박, 원유 수송 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독자 파병을 함으로써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방어 구상에 협력하면서도 이란과 적대 관계에 서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이날 발표한 독자파병 계획은 현재 아덴만 지역에 파견돼 있는 청해부대가 작전 구역을 오만만,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하는 방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오만만과 아라비아만을 연결하는 곳이다. 국방부는 이날 "현재 중동 정세를 감안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 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파병 요청이 아니더라도 최근 항행 안전 위협이 커지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에게 전략적 해상 요충지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최대 해상 원유 수송로다. 그런데 이란 혁명수비대가 작년 5월부터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노르웨이, 일본 등 각국 유조선을 공격하고 미군 무인 정찰기를 격추하면서 군사적 긴장과 불안정성이 커졌다. 이에 미국은 작년 7월 자국에 주재하는 외교단을 불러모아 '호르무즈 호위연합체'에 대한 구상을 설명하며 동참을 요청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파병을 요청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7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며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14일(현지시각) 미국을 찾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중동 정세에 한국도 큰 관심을 갖고 기여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었다. 호르무즈 파병을 한미동맹 기여로 평가하겠다는 뜻이었다.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이런 요청을 한국 정부로서도 마냥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제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이란과의 관계가 걸림돌이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과 기업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우리 선박의 안전한 자유항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보여왔다. 문제가 복잡한 만큼 이란을 자극하지 않는 독자 파병 가능성을 상정해두고 미국과의 교섭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파병은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며 "현실적 방안을 찾아나가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란 수도 테헤란 부근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격추되는 등 위험한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문 대통령은 독자 파병을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민, 기업의 안전이나 원유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확보할 필요성도 있다.

또 북한 개별 관광 등을 추진하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에선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통해 미국의 협력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도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결정은 다른 한미동맹 현안과는 별개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일본 방식과 비슷한 것이다. 일본도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연합체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상자위대 호위함 '다카나미'와 P-3C초계기를 중동 해역에 파견하기로 했다. 일본 자위대의 활동 해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다소 떨어진 오만 인근 해역, 아라비아해 북부 등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호위연합체에는 현재까지 영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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