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정보 틀어막은 중국, 다시 번지는 사스사태 악몽

입력 2020.01.21 03:20

[오늘의 세상]
우한폐렴 中서 이틀간 156명 급증… 주변국 요청에도 정보공유 안해
한국와서 확진받은 중국인 여성, 우한공항선 발열검사 무사통과
연인원 30억 이동, 춘제 앞두고 관광객 몰리는 홍콩·대만 등 비상

중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호흡기증후군(우한 폐렴)에 대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해왔다. 하지만 그 장담과 달리 폐렴이 중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중국 정부가 정보를 감췄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가 병이 확산됐던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재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연인원 30억명이 이동하는 춘제(25일·중국 설) 연휴를 앞두고 중국의 방역망이 잇따라 뚫리면서 중국은 물론 춘제 관광객이 몰리는 주변 국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광둥(廣東)성 정부는 20일 새벽 홈페이지에 "친척을 만나러 우한에 갔다가 광둥성 선전(深圳)시로 돌아온 66세 남성이 신형 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광둥성 정부에 따르면 이 남성은 작년 12월 29일 우한에 갔다가 올 1월 4일 선전으로 돌아왔고 11일부터 격리 치료를 받았다. 선전과 인접한 홍콩 지역 언론들이 지난 18일 "선전에서 우한 폐렴 추정 환자가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시 당국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지 않다가 뒤늦게 감염 사실을 밝힌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날 오후 광둥성 감염자가 14명이라고 다시 발표했다.

베이징시도 이날 새벽 환자 2명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가 오후 6시 기준 5명이라고 발표했다. 우한시 정부도 우한 지역 감염자가 198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상하이에서도 1명이 확진돼 이틀 동안 중국 내 감염자가 156명 늘어난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우한 폐렴 감염자가 급격하게 늘자 2003년 사스 사태와 비교하며 정부 대응에 의문을 표시했다. 2003년 초 중국 남부에서 사스가 퍼졌지만 중국 선전 당국이 언론 보도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4월 중국 장원캉(張文康) 위생부장(장관)은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베이징에는 감염 환자가 13명뿐이고 중국은 이미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당시 베이징에서는 3월부터 150명 이상이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한 중국 네티즌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해외에서 감염자가 나올 때도 중국 내 감염자 수는 안정적이라고 하더니 이제 보니 (정부가) 알고도 줄곧 발표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공포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인데 또 사스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했다. 이 글에는 20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관련 소식을 은폐할 경우 정부 신뢰에 재앙적인 타격을 주고 더 큰 사회적 공포를 촉발할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이번 사태 들어 처음으로 "전염병 만연 추세를 단호히 억제하라"고 공개 지시했다.

중국 의지와 달리 초기 방역 과정에서 여러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주변국과 정보 공유도 그중 하나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9일 "우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중국 관영 CCTV 보도를 보고 중국에 관련 정보 제공을 요구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보건 당국이 12일 글로벌 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GISAID) 사이트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공개했을 뿐, 별도로 우리 측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중국의 방역 능력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우한 폐렴은 지난해 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중국 정부는 17일에야 우한에서 외부로 나가는 공항, 기차역, 터미널 등에서 발열 검사를 시작했다. 19일 우한을 출발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 여성은 우한 공항의 발열 검사를 그대로 통과해 검사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우한 폐렴이 확산되자 춘제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는 검역에 비상이 걸렸다. 우한에는 유학생을 비롯해 우리 교민 1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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