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만 입긴 아쉽다, 니트 저고리·배냇코트

조선일보
입력 2020.01.21 03:00

[디자이너들, 한복에 반했네]
통바지 유행하며 한복을 슈트에 접목
올해 설빔은 '댕댕이'에게 양보~

한복에서 영감받은 의상을 매번 선보이는 장광효 카루소 2020 봄여름 쇼 의상.
한복의 선을 닮은 허리선 높은 와이드 팬츠는 해외서도 인기다. 한복에서 영감받은 의상을 매번 선보이는 장광효 카루소 2020 봄여름 쇼 의상. /장광효 카루소
말끔히 차려입은 설빔은 보기만 해도 설레지만, 하루 이틀만 입으니 아쉽다. 다행히 한복 같은 양복, 일상복 같은 한복이 주목받고 있다. 한복 스타일을 닮은 슈트나 드레스가 패션쇼에 등장하고, 생활 한복의 소재도 한층 다양해졌다.

최근 몇 년간 남성 패션쇼를 보면 한복 바지처럼 통이 크고 밑위가 긴 바지가 자주 등장한다. 해외의 질 샌더와 브루넬로 쿠치넬리, 르메르 등이 대표적. 로에베 2019 가을겨울 컬렉션에선 허리를 접어 입는 바지가 등장했는데, 마치 한복 허리춤에 끈을 묶는 것처럼 연출했다. '열하일기' '금오신화' 등에서 영감받은 의상을 연달아 선보인 '카루소' 장광효 디자이너는 "와이드 팬츠가 대세로 떠오르는 현상은 동양적인 여유와 곡선미에 매료되는 서양 디자이너가 점점 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일본 스타일로 보이는 의상들도 복식사적 관점에서 뜯어보면 고려 시대에서 영향받은 작품들이 상당하다"고 했다. 끝단에 선을 두르고 대님을 매지 않은 통바지 스타일은 백제 시대에 이미 등장했다. 바지 끝을 여민 스타일은 서양식 조거 팬츠(발목에 밴딩 처리돼 있는 것)로 응용할 수 있고, 원색이나 색동의 컬러풀한 조화는 서양에서 자주 쓰이는 '컬러블록'(색을 나누는 것)으로 1980~1990년대 복고풍이 최근 인기를 끌면서 트렌드로 떠올랐다.

여성복에서도 마찬가지. 이미 샤넬, 디올, 캐롤리나 헤레라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한복에 찬사를 보내며 한복에 영감 받은 디자인을 선보였다. "한복에 푹 빠졌다"는 스페인 브랜드 델포조의 디자이너는 2017 봄여름 패션쇼 의상에서 한복 치마와 저고리를 연상시키는 드레스를 선보였다.

27일까지 롯데백화점 강남점 1층 반려동물 한복 매장에서 선보이는 의상.
27일까지 롯데백화점 강남점 1층 반려동물 한복 매장에서 선보이는 의상. /롯데백화점
생활 한복의 디자인과 소재도 한층 진화했다. 그룹 '방탄소년단'과 '오마이걸'이 무대의상으로 택한 '천의무봉' 조영기 디자이너 의상은 고려 시대 답호(반소매 포)를 모티브로 디자인된 한복. 한쪽 여밈의 홑겹 스타일로 일상복 위에 덧입을 수 있다. 솜을 넣어야 겨울에 입을 수 있었던 한복 역시 니트, 모직 소재 등으로 거듭나고 있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등의 의상을 만든 김영진 디자이너의 '차이킴'에서는 니트로 만든 저고리, 배냇코트 등으로 경계를 허물었다. 김영진 디자이너는 "한복의 DNA는 담으면서 소재 변화를 통해 일상에서도 통하는 의상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액세서리를 한복 느낌으로 구매하는 비중도 늘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목도리, 모자 등 한복 의류 액세서리가 비시즌에는 5% 미만이었다가 30~40% 수준까지 올라간다"며 "반려동물용 한복의 경우 비시즌보다 40~50배 매출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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