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시작… 창업 세대의 마지막 전설로 남아"

조선일보
입력 2020.01.21 03:00

[故 신격호 명예회장 빈소 스케치]
이재용·손경식·김상조·이낙연 등 정·재계 인사들 조문 이어져
"경제·산업 발전의 신화적 인물… 끝없는 도전 정신과 열정 경영… 후대까지 큰 울림으로 전달될 것"

"굉장히 존경하던 분이자 최고 원로였는데, 이제는 우리에게 전설적 기업인으로 남았다."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신격호(1921 ~2020)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손경식(81)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표정에선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다. 재계 원로인 손 회장에게도 한국 산업화의 역사 그 자체인 신 명예회장은 '전설'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빈소엔 '마지막 창업주 1세대'를 애도하기 위한 후배 기업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후에는 조문객이 몰리면서 20~30m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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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전날 타계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정이 놓여 있다. 이날 마지막 창업 1세대인 고인을 추모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아래 왼쪽부터). /연합뉴스·뉴시스
롯데를 제외하고 재계 인사 중 처음 빈소를 찾은 이는 삼성전자 이재용(52)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오전 9시 40분쯤 홀로 빈소를 찾아 10여 분간 조문하고 떠났다. 이후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 GS그룹 허태수 회장,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LS그룹 구자열 회장,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 SPC그룹 허영인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이 조문했다. 거동이 불편해 바깥출입을 삼가는 이재현(60) CJ그룹 회장도 오른손에 지팡이를 들고 빈소를 찾았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거인을 잃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빈소를 찾은 정·재계 인사들은 고인에 대해 입을 모아 "신화적 인물"이라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은 "자수성가의 지난한 과정을 아는 창업 세대의 마지막 분인데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 롯데를 이룩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현재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형오(73) 전 국회의장은 고인에 대해 "(살아온) 100년의 삶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곡절과 굴절 속에서 신화적 성공을 이룩한 기업인의 표상"이라며 "이 나라가 가난을 벗어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도 이날 조문했다.

퇴근 시간대가 되자 정부 인사들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김상조(58)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왔다. 김 정책실장은 "한일 간 경제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롯데그룹이 한일 관계에서 민간 외교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문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먼저 조화를 보냈다. 함께 온 홍남기(60)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같이 기업가 정신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에 고인이 보여왔던 도전적인 개척 정신과 열정 경영은 지금이나 앞으로나 큰 울림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현직 국무총리도 모두 빈소를 거쳐 갔다. 먼저 온 이낙연(68) 전 국무총리는 "고인의 생애와 한국 경제가 같은 궤적을 그린 시기가 있다"며 "빈손으로 일어나서 고도성장을 이루고 기적 같은 성취를 했다"고 애도했다. 정세균(70) 국무총리와 황교안(63) 자유한국당 대표는 비슷한 시간에 도착해 함께 조문했다. 정 총리는 "외국에서 신 명예회장 같은 성공을 거두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젊은 세대들도 고인과 같은 의지로 대한민국 미래산업을 잘 이어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는다"고 말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하임 오센 주한 이스라엘 대사 등 외국 대사들도 조문했다.

이날 조문객은 장녀인 신영자(78)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장남 신동주(66) SDJ코퍼레이션 회장, 차남 신동빈(65) 롯데그룹 회장이 맞았다. 두 형제는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빈소는 함께 지켰다. 입관식은 오후 3시쯤 이뤄졌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황각규(65)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창업주가 만 98세 3개월 6일 만에 영면했다"며 "영결식을 마치고 나면 롯데타워를 돌고 바로 장지(울산 울주군 선영)로 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결식은 22일 오전 7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8층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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