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도 대책도 없이 北관광 밀어붙이기

조선일보
입력 2020.01.21 01:45

육로·3국 경유·외국인 연계… 통일부, 3가지 개별관광 추진
한국의 제재이탈 美우려 커져

통일부 당국자는 20일 북한 개별 관광에 대해 "전 세계인이 다 가고 있다"며 "우리 개별 관광에 특별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다"고 했다.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우리 관광객을 쏴죽인 것이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의 원인이었다'는 취지의 지적이 나오자 내놓은 반응이었다. 우리 국민에 대한 신변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못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별 관광은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자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회견에서 언급한 북한 개별 관광에 대해 설명하겠다며 검토 중인 개별 관광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남(南)에서 금강산·개성으로 직접 가는 육로 관광과 제3국을 거쳐 북한으로 가는 관광, 외국인의 남북 연계 관광 등 세 가지였다. 하지만 어느 것에도 확실한 신변 안전 보장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 북한·중국과 사전 협의를 한 흔적도,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의 '개별 관광' 언급에 통일부가 설익은 '3무(無)의 희망 사항'을 급하게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별 관광 방안은 북측과 협의가 안 된 일방적 구상이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북한이 2월 말까지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금강산·개성 육로 관광과 남북 연계 관광을 추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제3국 경유 관광의 경우도 북한이 비자를 내 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정부는 이날 '개별 관광은 유엔 제재는 물론 미국 독자 제재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미 행정부에선 우리 정부의 제재 이탈, 남북 경협의 '과속'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별 관광이 '한·미 워킹그룹'의 협의 대상인지에 대해 "검토하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북한 관광의 관건인 관광객 안전 대책은 사실상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국 여행사 등에서 신변 안전 문제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당국과 중국 업체에 우리 국민의 안전 문제를 맡긴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