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집값 통계 혹세무민

입력 2020.01.21 03:13

정순우 산업1부 기자
정순우 산업1부 기자
"국가 승인 통계인 한국감정원 주택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은 11.46%로, 44%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릅니다."

본지가 최근 각 나라·도시 비교 사이트 '넘비오(Numbeo)'를 인용해 '서울 도심 아파트 값이 세계 주요 도시 중 가장 많이 올랐다'고 보도하자 국토교통부는 이렇게 반박했다. 넘비오 통계는 사용자가 입력한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기 때문에 주관이 개입될 수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토부가 언급한 넘비오 통계는 완전하다고 하기는 어려워도 여러 언론과 각국 정부가 인용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주요국 물가 수준 비교 및 평가'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넘비오의 물가지수를 인용했다. 당시 한은은 "넘비오는 사용자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수집된 통계"라고만 했을 뿐, 국토부처럼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정부가 넘비오를 믿을 수 없다며 인용한 것은 서울 전역, 모든 형태 주택의 가격을 대상으로 한 통계였다. 넘비오 통계는 서울 '도심'의 '아파트' 가격을 대상으로 한다. 비도심보다는 도심이, 단독·다세대 주택보다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 또 개별 특성에 따라 시세가 천차만별인 단독·다세대 주택보다는 정형화된 아파트 시세가 현실적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와 전체 주택을 비교하면 착시가 생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감정원 통계는 종종 민간이 생산한 데이터와 비교된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최근 3년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은 23%로 감정원 집계보다 훨씬 높다. 지난달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서울 아파트 값 주간 상승률은 감정원과 KB 모두 0.2%였지만 이달 13일 기준으로는 감정원(0.04%)보다 KB(0.15%)가 4배가량 높다. 감정원 통계가 오를 땐 덜 오르고 떨어질 땐 더 떨어진 것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부동산 분석가들은 주택은행 시절부터 수십 년간 주택 통계를 만들며 노하우를 쌓아온 KB를 더 신뢰한다.

감정원 통계끼리도 어떤 기준을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201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상승률은 39.19%다. 서울 도심권 실거래가 지수 상승률은 42.21%로 넘비오와 거의 같다. 한 대학교수는 "많은 통계 중 정부 입맛에 맞는 것만 추려서 비교하는 건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은 주식처럼 공식 시장이 있는 게 아닌 데다 거래가 드물기 때문에 100%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감정원이든 KB든 넘비오든, 누군가가 조사한 자료로 만든다는 점에서 주관이 개입하긴 마찬가지다. '국가 공인'이라는 말을 앞세우며 특정 통계를 강요하기보다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통계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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