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의 경고… 이대로면 100년 뒤 곤충 멸종, 인류도 위험

조선일보
  • 마다가스카르=구준모 탐험대원
  • 취재 동행 박준모 기자
    입력 2020.01.18 03:20

    [청년 미래탐험대 100] [68] 공생 꿈꾸는 곤충학도 구준모씨
    마다가스카르 숲 90% 사라져… 곤충 멸종 속도 다른 동물의 8배
    곤충 없인 동물 먹이사슬 끊기고 식물 열매 못 맺어 생태계 공멸

    세계에서 넷째로 큰 섬인 마다가스카르. 아프리카 대륙의 동남쪽에 있는 이 섬에 사는 동식물 20만종 가운데 15만종(약 75%)이 지구 어디에도 없다. 동식물 연구자들의 천국이자, 대학원에서 곤충을 연구하는 내게도 신비의 섬이다. 하지만, 18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마다가스카르의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초록빛 대자연은 동경에 불과했고, 눈앞에 펼쳐진 건 붉은 황무지와 무분별한 벌목으로 잘린 나무들이었다. 수도 외곽 야트막한 산들은 불탄 흔적으로 검게 멍들어 있었다. 공항에서 수도 안타나나리보로 가는 국도 주변 좁은 도로는 엉킨 차들이 내뿜는 매연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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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다가스카르의 대표 고유종인 마다가스카르달나방(왼쪽 사진). 이곳에 사는 개미 1300종 가운데 90%, 나비 300종 가운데 70%, 딱정벌레 148종 가운데 100%가 지구상에서 마다가스카르에만 있는 고유종이다. 오른쪽 사진은 마다가스카르 동쪽에 있는 만타디아 국립공원에서 구준모(맨 왼쪽) 탐험대원이 현지인들과 곤충 채집을 위해 야간 채집 장비를 설치하는 모습. /The Rainforest Site 페이스북·박준모 기자
    곤충 대부분은 숲에서 산다. 숲이 사라지면 집을 잃는다. 집을 잃은 곤충은 어떻게 됐을까. 걱정을 하며 안타나나리보대 곤충학과로 달려갔다. 대학원생 라코토말라라 안드리를 만났을 때 나도 모르게 질문이 터졌다. "도대체 마다가스카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요." 그는 "우리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입을 열었다. "2350년 전 인류가 마다가스카르에 정착한 이래 숲의 약 90%가 사라진 상태입니다. 에너지원인 숯 생산을 위한 삼림 벌채, 화전(火田) 농법, 도심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가스 등이 원인이지요."

    곤충 서식지인 숲의 파괴는 인간에게 재앙으로 돌아온다. 안타나나리보대 라자핀드라나이보 빅터 박사는 "곤충은 먹이·소비자·분해자 역할을 하고 수분(受粉)을 도우면서 대자연을 가꿔왔다"며 "인간이 그들의 서식지를 파괴한다면 화살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선 (질병인) 뎅기열과 치쿤구니야열을 전파하는 모기 종이 과거 동·서부 지역 숲에서만 발견됐지만, 이들은 숲이 파괴되면서 도시로 이주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2006년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뎅기열 감염자가 2008년부터 급증했다. 빅터 박사는 "집을 잃은 모기가 인간에게 복수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마다가스카르
    파괴되어 가는 이 섬을 지키는 최전방 기지가 '마다가스카르 생물다양성 센터(Madagascar Biodiversity Center)'다. 안타나나리보에 있는 이 센터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동물군(群)은 바로 곤충이다. 종의 수가 가장 많고, 환경과 상호작용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마다가스카르엔 고유종이 많다. 나비 300종 중 70%, 딱정벌레 148종 중 100%, 개미 1300종 중 90% 이상이 고유종이라고 한다. 이 종이 마다가스카르에서 사라진다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센터 연구자들은 마다가스카르 동부 열대우림에 사는 곤충의 다양성을 조사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채집을 한다. 채집된 곤충들에게서 얻은 데이터는 생물다양성 보존 상태, 특정 지역의 종 구성 및 개체 수 변화를 평가하는 데 활용한다.

    곤충 소멸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곤충의 멸종 속도는 다른 동물에 비해 8배 빠르고, 곤충 종 중 41%는 멸종 위기다. 지금의 속도로 곤충이 줄어들면 약 100년 후 지구상에 곤충 한마리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호주 곤충학자 프란시스코 산체스 바요) '독일 곤충 개체 수는 1989~2014년 사이 75%가 줄었다.'(독일 크레펠트재단) '곤충을 먹이로 삼는 유럽과 북미의 회색딱새는 1967년에서 2016년 사이 93%가 사라졌고, 유럽자고새와 나이팅게일은 각각 92·93%가 감소했다.'(영국 생태학자 이언 우드워드) 아인슈타인은 곤충이 사라지면 인간이 4년 안에 멸종한다고 경고했다. 일부 곤충학자는 곤충이 사라지기 전에 인간이 먼저 사라지리라고 전망한다.

    마다가스카르의 얼마 남지 않은 숲 가운데 동쪽에 있는 만타디아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 가까워질수록 그나마 남아 있는 숲이 펼쳐졌다. 가시나무 형태를 한 대벌레, 한 번도 보지 못한 금속 광택을 띠는 잎벌레, 상형문자처럼 생긴 무늬가 있는 방아벌레, 화려한 색의 나비와 나방….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깊은 숲속에 남은 곤충들은 자연과 동화돼 조화롭게 사는 법을 아는 것 같았다.

    인간보다 4억년 먼저 등장했고, 공룡도 못 피한 대멸종 시기를 5번이나 이겨냈으며, 지구상 최대 생물종 수(약 400만)를 자랑하는 곤충. 사람들은 곤충이 하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곤충 입장에서 보면 인간 서열은 그들보다 한참 아래다. 이런 곤충이 역사상 마주한 가장 위험한 적은 어쩌면 인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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