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 마지막 꿈,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안타

조선일보
입력 2020.01.17 03:39

[도전 2020] LG서만 19년간 2139경기 뛰어
올시즌 끝으로 유니폼 벗기로… 2009년부터 10년 연속 3할 타율
"신인 때 한국시리즈 준우승, 은퇴할 땐 우승으로 피날레"

서울 강동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년은 LG 트윈스를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MBC 청룡 때부터 팬이었다. 이름에 '용(龍)' 자가 있어 '청룡'이란 팀 명이 좋았고, 서울 팀이라 더 좋았다.

LG가 MBC 청룡을 인수해 프로야구에 뛰어든 1990년, 소년은 고명초 야구부에서 처음 방망이를 잡았다. 창단 첫해 LG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소년은 그해 겨울 LG가 우승 기념으로 나눠준 어린이 회원 점퍼를 입고 두 가지 다짐을 했다.

"나는 꼭 LG 선수가 된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되겠다."

우승으로 19년 커리어 피날레

"2002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하면서 첫 꿈을 이뤘습니다. 그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랐죠. 너무 일이 잘 풀린다 싶었습니다."

최근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박용택(41)은 신인 시절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LG 가을 야구의 상징인 유광 점퍼를 입고 텅 빈 잠실구장에서 포즈를 취한 박용택. 그는 “이번 가을엔 이곳 잠실에서 LG 팬들과 함께 마음껏 웃고 싶다”고 말했다.
LG 가을 야구의 상징인 유광 점퍼를 입고 텅 빈 잠실구장에서 포즈를 취한 박용택. 그는 “이번 가을엔 이곳 잠실에서 LG 팬들과 함께 마음껏 웃고 싶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2002년 플레이오프 KIA와의 5차전은 박용택이 19년 프로야구 커리어를 통틀어 최고로 꼽는 경기다. 2홈런 3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LG는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2승4패로 밀리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LG가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6차전에서 패하고 펑펑 울었는데 그 뒤로는 그런 기회조차 없었던 거죠."

LG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때가 1994년. 당시 태어난 이들이 벌써 한국 나이로 스물일곱 살이 됐다. "젊은 팬들을 보면 '저분도 LG 우승을 못 봤겠구나' 싶어 절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그 역시 어느덧 한국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가 됐다. 그는 팀 공식 전지훈련(2월 1일부터 호주 블랙타운)에 앞서 개인 훈련을 위해 16일 홀로 호주로 출국했다.

박용택에게 올해는 프로 마지막 시즌이다. 그는 작년 1월 LG와 2년 FA 계약을 하면서 올해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겠다고 선언했다. 갑자기 야구장을 떠나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은퇴를 준비하고 싶었다고 했다.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려면 우승만 한 것이 없다. "올해는 제가 LG에 몸담은 19년 중 가장 팀 전력이 좋은 것 같아요. 투수들은 리그 최고 수준이고, 주축 타자들도 전성기인 30대 초반에 접어들면서 물이 올랐습니다. 기대를 한번 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10년 연속 3할의 전설

박용택이 꼽는 최고의 순간 정리 표

작년 박용택은 부상 등으로 고전하며 프로 입단 후 가장 적은 64경기를 소화했다. 그래서 올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건강한 몸으로 시즌을 소화하려고 한다.

박용택이 꿈꾸는 현역 마지막 타석은 한국시리즈 7차전 9회 말 동점 상황에 나와 끝내기 안타로 LG 우승을 이끄는 것이다. 너무 영화 같다고 하자 그는 "(배)영수의 마지막 투구가 그럴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웃었다. 작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 김태형 감독이 마운드 방문 횟수를 착각해 어쩔 수 없이 등판했던 배영수는 키움 박병호와 샌즈를 연속으로 잡아내며 두산 우승을 확정 짓고 유니폼을 벗었다.

우승 반지는 없어도 박용택은 최다안타 기록(2439개)을 보유한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이다. 서른 살이던 2009년부터 10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누구보다 화려한 30대(代)를 보냈다. "나이가 들면서는 몸 관리만큼 마음 관리, 정신 관리가 중요해지더라고요. 최근엔 '마음청소'란 책을 자주 읽으며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LG에서만 2139경기를 뛴 그는 "시즌 7개월 동안엔 주 6일 근무에 거의 매일 야근해야 하기 때문에 직업으로 야구 선수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며 "이제 중학교에 올라가는 딸(솔비)이 나중에 야구 선수 남편을 데려오면 반기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딸은 야구엔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 같다가도 아빠가 잘한 날이면 꼭 칭찬 문자를 보내준다고 했다. "다른 건 몰라도 두산을 싫어하는 것 보면 확실한 LG 팬 같아요. 하하."

그는 훗날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을까.

"LG 팬들이 과거를 떠올리며 이런 얘기를 하는 장면을 상상해봐요. '야, 그 박용택이라고 있었잖아. 신인 때 한국시리즈 준우승하고, 은퇴할 땐 우승하고 떠난 선수 말이야.' 그 말이 현실이 되도록 후회 없이 달려보겠습니다. LG 팬들, 올가을 미칠 준비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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