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한참 남았는데, 후임도 없는데… '공직 스펙' 들고 선거판으로

입력 2020.01.17 03:01

靑이 총선용 공직탈출 주도… 고민정 前대변인 등 70여명 출마
기재부·국토부·해수부 차관, 서울·경기·인천 부시장급 줄사퇴
국민연금이사장·도로공사사장 등 임기 1년쯤 남기고 중도하차

청와대부터 정부, 지자체까지 여당행 '공직 탈출'이 이어지면서 국정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공직을 맡은 지 얼마 안 돼 그만두거나, 급하게 그만둬 후임자 없이 대행 체제로 운영되거나, 임기 도중에 뛰쳐나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정치권에선 "공직은 '스펙'이고 국정보다는 총선이 우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청와대가 총선용 공직 탈출을 주도했다. 한병도 전 정무수석(전북 익산),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경기 성남중원),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서울 관악을),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서울 양천을) 등 수석비서관 중 4명이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초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사퇴한 김의겸 전 대변인, 사퇴 시한 하루를 앞둔 15일 사표를 제출한 고민정 전 대변인 등 '청와대 대변인'이 모두 총선에 출마한다.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 인사는 70여 명에 육박한다.

총선 출마 위해 사퇴한 주요 공직자들 그래픽
중앙정부에선 차관급 이하 고위 공직자들이 지난해부터 출마를 위해 연속 사표를 던지고 있다. 장관급은 후임자를 위해 국회 청문회를 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차관급이 주로 총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김용진 전 기재부 2차관, 김경욱 전 국토부 2차관, 강준석 전 해수부 차관, 김영문 전 관세청장 등이 민주당 입당 행사를 하고 출마를 선언했다. 국토부에서 교통 분야를 총괄하던 김경욱 전 차관은 지난해 말 '타다금지법' 입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취임 7개월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국토부에선 한 달가량 2차관이 공석이다가 이날에야 후임 차관을 임명했다. 류영진 전 식약처장은 취임 1년 8개월 만인 지난해 3월 사임하고 지난해 6월부터 부산에서 지역 활동을 하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지낸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은 공직 사퇴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사표를 냈다.

지방자치단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시 부시장 4명이 이번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에 물러났다. 지난해 3월 진성준 전 정무부시장이 물러나고 김원이 전 부시장이 그 뒤를 이었으나 그 역시 지난달 사퇴했다. 윤준병 전 행정1부시장은 지난해 4월 전북 정읍·고창에 출마한다며 사퇴했고, 후임인 강태웅 부시장도 16일 물러났다. 허종식 인천시·이강진 세종시 부시장, 이화영 경기도·정만호 강원도·이장섭 충북도·나소열 충남도·이원택 전북도 부지사도 지난해 10월 이후 줄줄이 사퇴했다. 정치권 인사들이 전문성보다는 '스펙'용으로 공직을 맡은 경우가 많다.

공공기관장과 공직유관단체장 중에서도 10여 명이 임기를 남겨두고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났다. 임명 때는 '낙하산', 퇴임 때는 '총선용 중도 하차'가 패턴으로 굳어졌다.

이상직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임기가 내년 3월까지지만 취임 1년 10개월 만인 이달 14일 퇴임식을 했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해 전북 전주 지역 지방의원 등에게 명절 선물을 전달한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고발되기도 했다. 이 전 이사장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중진공은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말 사표를 제출하고 이달 7일 퇴임했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 이사장 자리에 있으면서 전북 전주 지역구 행사에 자주 나타나 논란이 됐다. 그가 임기 10개월을 남기고 떠나면서 국민 노후 자금 635조원을 책임지는 국민연금공단도 대행 체제를 가동했다. 이강래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지난달 퇴임했다. 이 전 사장은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정규직 전환 문제로 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는데 이 문제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은 채 총선에 나섰다. 노조 측은 "사장 임기도 끝내지 않고 총선에 나오겠다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라고 했다.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도 15일 사퇴했다. 이 전 원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였는데,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정책기획위원회·일자리위원회 등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은 민주당 후보를 양산하는 곳이 됐다. 이 세 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개편되거나 새로 설치된 위원회들이다. 본지 조사 결과, 총선 민주당 예비후보 가운데 최소 76명이 '문재인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 전·현직 위원장, 상임위원, 특별위원, 자문위원 직함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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