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도 소설도 일하는 중! 하기는 싫은데 보는 건 재밌네

조선일보
입력 2020.01.17 03:01

요즘 문화계 화두는 '직업 체험'
예능에선 식당·공장·편의점 등 일해보며 수당·장단점 파헤치고 국내 소설 1위도 '일의 기쁨…'

나영석 PD도 김태호 PD도 일 시키는 재미에 푹 빠졌다. 지난 10일 나 PD가 새로 시작한 tvN 예능 '금요일 금요일 밤에'에선 가수 이승기가 벌교 꼬막 공장을 찾아갔다. 전국 방방곡곡 공장을 찾아 체험하는 10분 내외의 코너로 이름도 '체험 삶의 공장'. 배 한가득 실린 꼬막을 삽질로 퍼올리고 꼬막이 가득 찬 20㎏짜리 망을 트럭으로 날랐다. 11일 방송된 김태호 PD의 예능 '놀면 뭐하니'에선 유재석이 구내식당 요리사로 투입됐다. 직원 100명분의 라면을 끓이라는 주문에 허둥지둥하는 모습으로 프로그램 자체 최고 시청률 9.3%를 기록했다.

밥벌이의 고단함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예능이 늘고 있다. 과거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체험 삶의 현장'이 곳곳에서 부활하는 모양새다. '일하기 싫어증'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너도나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외치면서도 일과 관련한 콘텐츠는 그 어느 때보다 인기를 끌고 있다.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구내식당 요리사가 돼 라면을 끓이는 유재석(위)과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서 배달 기사 체험을 하다 녹초가 된 장성규(아래).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구내식당 요리사가 돼 라면을 끓이는 유재석(위)과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서 배달 기사 체험을 하다 녹초가 된 장성규(아래). /MBC·유튜브

선두 주자는 유튜브 예능 '워크맨'이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장성규의 직업 체험 프로그램으로 6개월여 만에 구독자 수 376만, 누적 조회 수 2억5000만을 넘었다. 조회 수가 가장 높은 영상은 에버랜드, 항공사, 피자집, 미용실, 편의점 체험 영상순. 젊은 세대가 주로 하는 아르바이트를 체험하며 시급과 수당부터 직업의 장단점, 진상 손님 유형까지 거침없이 파헤친다. 영상에 달린 댓글 중 "그냥 재밌기만 한 게 아니라 진짜로 여기 아르바이트해 볼까, 취직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글은 1만5000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출연자들이 힘들게 일하는 걸 보면서 느끼는 '노동의 재미'가 있다"면서 "옛날엔 게임이나 벌칙으로 재미를 줬다면, 요즘은 출연자가 실제 노동 현장에 투입되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음과 공감대를 동시에 잡는다"고 했다.

TV나 유튜브뿐만 아니다. 새해 국내 소설 1위(교보문고 기준)도 장류진 작가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이 차지했다.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받는 등 직장에서 벌어지는 슬프면서도 웃긴 사연들을 그려내 3개월 만에 5만부가 팔렸다. 장류진 작가는 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 "한동안 TV나 책으로 퇴사 열풍이 불었는데 사실 모두가 퇴사할 순 없지 않으냐"면서 "그 반작용으로 퇴사를 안 한 사람, 그냥 다니는 사람들의 마음도 얘기하게 되는 것 아닐까"라고 했다.

일터가 배경인 소설이나 TV 프로그램은 직장에서 쌓인 분노를 대신 해소해주기도 한다. 드라마 화제성 1위에 오른 SBS 드라마 '스토브 리그'도 야구가 소재이지만 '돌직구 오피스 드라마'로 홍보하고 있다. 야구 선수가 아닌 야구단 관리 직원들이 중심인물. 조직의 부조리와 악습을 타파하며 톡 쏘는 '사이다' 대사로 직장인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일과 관련한 콘텐츠는 약자로서 느끼는 설움이나 직장에서 쌓인 억울함을 건드려주기 때문에 시청자가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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