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총리→대통령→국회의장·총리?

입력 2020.01.17 03:01

20년째 집권… 종신 집권 시동
대통령 3연임 포기하는 대신 개헌 통해 차기 대통령 권한 제한
실권 국회의장·실세 총리 노릴듯

2000년부터 20년째 장기 집권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68) 러시아 대통령이 '종신 집권' 야욕을 드러냈다. 푸틴은 헌법에 따라 오는 2024년 권좌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러나 퇴임 4년을 앞두고 일찌감치 2024년 이후에도 다른 방법으로 권력을 이어가기 위한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2024년 푸틴은 72세가 된다.

푸틴은 15일(현지 시각) 국정 연설을 통해 권력의 중심추를 대통령에서 의회로 넘기는 개헌안을 제시했다. 하원에는 총리와 장관을 임명할 때 인준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현재 자신은 제한 없이 인사권을 행사하지만 차기 대통령은 의회 허락 없이 내각을 꾸릴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상원에는 연방 판사를 해임할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하원은 대통령을, 상원은 사법부를 주무를 수 있게 해 의회가 명실상부한 권력의 중심이 되도록 바꾼다는 것이다.

BBC는 "푸틴이 퇴임 이후 의회를 통해 계속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CNN은 "푸틴이 중국 시진핑 주석처럼 당을 장악해 권력을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신임 총리로 지명한 미하일 미슈스틴 국세청장과 대화하고 있다. 푸틴은 이날 대통령 권한은 축소하고 의회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안을 제시하면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경질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푸틴이 2024년 퇴임하고 나서도 의회를 통해 권력을 이어갈 준비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신임 총리로 지명한 미하일 미슈스틴 국세청장과 대화하고 있다. 푸틴은 이날 대통령 권한은 축소하고 의회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안을 제시하면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경질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푸틴이 2024년 퇴임하고 나서도 의회를 통해 권력을 이어갈 준비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신화 연합뉴스
푸틴은 2000년부터 8년간 임기 4년의 대통령을 연임해서 지냈다. 러시아 헌법이 3연임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2008년부터 4년간은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허수아비 대통령'에 앉히고 자신은 실권을 쥔 총리 자리에 앉았다. 2012년 푸틴은 개헌으로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에 다시 취임했고, 2018년 대선에서도 승리해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하지만 푸틴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후임 대통령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걷지 못하게 막아 장기 집권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방법부터 고안했다. 개헌을 통해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을 두 번만 하게 하는 조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푸틴은 대통령 자격 요건 중 러시아 거주 연한을 현행 '10년 이상'에서 '25년 이상'으로 바꿀 예정이다. 해외에 머물고 있는 정적(政敵)인 석유 재벌 미하일 호도르콥스키의 대선 출마 등을 원천 차단하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들은 푸틴의 이런 조치가 제3의 방법을 통해 영구 집권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푸틴은 3연임이 가능하도록 개헌해서 계속 대통령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국민의 반대가 큰 3연임은 포기하는 대신 우회로를 뚫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서방 언론들은 푸틴에게 네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국회의장을 맡아 의회를 중심으로 국정을 장악하는 방법이 꼽힌다. 이 경우 대통령이나 총리가 아닌 국회의장이 '권력 서열 1위'가 되는 독특한 통치 체제가 만들어진다. 또 '대통령→총리→대통령→국회의장'으로 정권을 잡는 전무후무한 정치인이 된다.

현재 자신이 의장을 맡고 있는 '국가안보회의'의 권한 강화를 통해 권력을 이어가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푸틴은 15일 자신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경질하고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으로 임명했다. 메드베데프는 이날 내각 총사퇴를 발표했는데 이는 푸틴의 장기 집권을 위한 길 터주기로 보인다.

푸틴이 다시 총리를 맡아 허수아비 대통령을 조종하는 방식도 있다. 2008년부터 4년간 써먹은 방식을 다시 활용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는 공식 직함 없이 막후 권력자로 나라를 휘어잡는 중국의 덩샤오핑 방식도 거론된다.

푸틴이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아직 점치기 이르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 올레그 이그나토프는 "푸틴은 자신을 둘러싸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을 즐긴다"며 "물밑에서 결정해놓은 다음 마지막 순간에 전격적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야권에서는 거센 반발이 나왔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도둑놈을 다른 도둑놈으로 바꾸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라며 "2024년에 푸틴이 권좌에서 물러난다고 말하는 사람은 바보이거나 사기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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