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무역전쟁 멈췄다… 美증시 2만9000 첫 돌파

입력 2020.01.17 03:01

[美·中, 1단계 무역합의 서명]

中, 2000억달러 美제품 추가구매… 지재권 보호조치도 30일내 발표
美는 15% 관세 7.5%로 줄이기로… 한국기업 수출은 줄어들 수도

글로벌 경제를 격랑으로 밀어 넣었던 미·중 무역 전쟁이 휴전 국면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중국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와 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했다. 2018년 7월 미국이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매기면서 무역 전쟁이 발발한 지 1년 반 만이다. 양국은 즉각 중국의 국영기업 보조금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2단계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1단계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2단계 협의가 순조롭지 않을 경우 앞으로 미·중 무역 전쟁이 확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美中, 무역전쟁 18개월만에 1단계 합의 서명 - 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중국 무역 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2년 동안 미국산 상품·서비스를 2000억달러(약 232조원)어치 더 구매하기로 했고, 미국은 중국 상품에 매긴 관세를 일부 내리기로 했다.
美中, 무역전쟁 18개월만에 1단계 합의 서명 - 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중국 무역 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2년 동안 미국산 상품·서비스를 2000억달러(약 232조원)어치 더 구매하기로 했고, 미국은 중국 상품에 매긴 관세를 일부 내리기로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1단계 합의에서 중국은 앞으로 2년 동안 총 2000억달러(약 232조원) 규모의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2017년 미국이 중국으로 수출한 상품과 서비스를 합하면 1860억달러 규모이기 때문에, 이번 합의로 단숨에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이 연평균 50% 가까이 늘어날 수 있게 된 셈이다. 영어로 94쪽 분량의 합의문에는 '올해 767억달러, 내년 1233억달러 증가' 식으로 금액을 못 박았다. 농산물(320억달러), 공산품(777억달러), 서비스(379억달러), 에너지(524억달러) 등 부문별 추가 수입 액수도 명시됐다.

이와 함께 중국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 중국 내 합작회사에 기술을 강제로 이전하도록 하던 관행을 철폐하기로 했다.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은행·증권·보험 등 중국 금융시장 개방 확대 및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중단 등도 약속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산 제품 1560억달러어치에 대한 15%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고, 기존 12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매겨 온 관세 15%를 7.5%로 줄이기로 했다. 다만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 25%는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의 관세 인하 폭이 그리 크지 않아 이번 조치로 글로벌 교역이 갑작스럽게 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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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식이 끝난 뒤 중국 측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오른쪽에서 넷째) 부총리등 중국 대표단과 오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늘은 중국과 미국 모두에 위대한 날”이라고 말했다. /UPI 연합뉴스
연말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서부 농업지대 '팜 벨트'의 표심을 의식해 콩·면화 등 농산물 수출 증대를 1단계 합의의 치적으로 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약속을 지킬지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이 중국에 농산물 수출을 한꺼번에 늘릴 수 있을지, 중국 시장이 미국 농산물에 대한 의존도를 확 높이려 들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했다.

1단계 합의문에 따르면 중국은 합의 발효 이후 30일 이내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강제 이전 금지 등을 이행하기 위한 계획을 미국에 제출해야 한다. 또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미국이 완화했던 기존 관세를 복원하거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단계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는 대중 관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를 남은 협상의 지렛대로 쓰겠다는 것이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대선 국면에서 필요하다면 '중국 때리기'를 통해 표몰이를 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미, 중 1단계 무역합의 정리 표

중국의 국영기업 보조금 지급 등 중요한 쟁점이 다뤄질 2단계 협의가 1단계보다 더 험난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미국 정가와 재계에선 중국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국영·민영기업들로 인해 양국 간 불공정 게임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중국이 자국 산업 정책에 대한 개입이라며 강력히 반발해 보조금 이슈는 1단계 합의에서 제외되고, 2단계 때 다뤄질 예정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1단계 무역 합의는 역사적 실수"라면서 "중국이 공정한 행동을 할 것을 기대했던 많은 미국인에게 실망감을 안겼다"고 비판했다.

미·중 무역 합의 서명 소식에 뉴욕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1%, S&P 500 지수는 0.19%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2만9000선을 넘었다.

이번 합의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중국이 미국산 제품 2000억달러어치를 수입하려면, 결국 다른 국가에서의 수입을 줄여야 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중국의 대미 수출이 증가하면, 중국에 부품 등을 수출하는 한국 중소기업이 이익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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