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어 프랑스도 대북제재 못 푼다는데… 文정부 홀로 속도전

입력 2020.01.17 03:01

통일부 "독자 추진할 사업 선별"… 美비건, 중국에 제재 이행 촉구
해리스 주한 미대사 "북한관련 어떤 계획도, 한국은 미국과 논의해야"
"내달까지 금강산 시설 철거하라" 北 우리 정부에 통지문 보내

정부는 16일 금강산 개별 관광 추진 의사를 밝히며 대북 제재 우회로 찾기에 나섰다. 정부는 "독자 추진할 대북 사업을 선별 중"이라며 "(미국 등에)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물론 프랑스도 이날 "대북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만 국제 제재를 피해 대북 사업을 하겠다고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접경지역 협력과 개별 관광 등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5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에서 대북 개별 관광과 관련, "(미국에) 한번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며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상대 이해를 구하는 게 지금 제일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16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난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실질적 진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남북 협력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대북 제재 유지 기조를 거듭 강조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이날 외신 간담회에서 "한국은 그 어떤 북한과의 계획도 미국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비건 부장관은 러위청(樂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통화에서 북한과 협상 의지를 확인하면서도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중국 측에 촉구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프랑스 정부도 같은 입장을 냈다. 한국 정부의 나 홀로 행보에 각국이 제동을 건 것이다.

베이징숙박소 제재 대상에… 이도훈 “대북 개별 관광, 미국과 대화해 보겠다” -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5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차 방미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오른쪽). 왼쪽은 미 재무부가 대북 제재 위반을 이유로 최근 제재 대상에 올린 중국 베이징숙박소의 상점이 16일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모습.
베이징숙박소 제재 대상에… 이도훈 “대북 개별 관광, 미국과 대화해 보겠다” -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5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차 방미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오른쪽). 왼쪽은 미 재무부가 대북 제재 위반을 이유로 최근 제재 대상에 올린 중국 베이징숙박소의 상점이 16일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15일(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남북 협력 구상에 대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논평 요청에 "미국은 모든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의 모든 제재 결의를 이행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에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완전히 이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는 동맹국인 한국도 전적으로 지지한 목표"라고 했다.

미 국무부도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이 방송에 "모든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 제재를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또 "동맹국인 한국과 함께 북한과 관련된 노력과 관련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일치된 대응을 위해 긴밀히 조율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미국과 공조 없는 한국의 독자적인 행동은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뿐 아니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도 문 대통령의 발언에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 주재 프랑스 대표부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프랑스의 입장은 지난달 안보리 회의에서 밝힌 입장과 동일하다"고 했다. 프랑스는 지난달 11일 미국 주재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안보리 결의의 엄격하고도 완전한 이행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이 계속되고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제재 해제나 완화는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고 VOA는 전했다.

일본에서도 남북 협력 구상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은 대북 제재 책임을 다하라'는 16일 자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 배경으로 "문재인 정부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좌파 지지층에 남북 관계 진전을 알리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중·러가 북한 노동자 본국 송환을 엄격히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 한국까지 제재 완화에 나서 북한 포위망의 골격이 무너지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금강산 관광시설을 2월 말까지 모두 철거하라는 통지문을 작년 말 우리 정부에 보낸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로버트 매닝 미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금강산 관광지구 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문 대통령이 왜 북한에 (관광을) 간청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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