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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1월 정례회의]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 청취' 입법 취지, 날카롭게 지적했어야

  • 정리=김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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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7 03:01

    경제 현안에 정치적 해석 너무 많아… 현장 기사 필요
    '진보 판사' 판결 무조건 비판 안 돼… 사회 변화 살펴야
    특파원의 현장 경험이 담긴 '작지만 소중한 팩트' 신선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지난 13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범(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이덕환(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정유신(핀테크지원센터장), 한은형(소설가) 위원이 참석했다.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홍승기(인하대 로스쿨 원장)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최근 검찰 인사를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인사 의견 청취와 관련해 윤 총장이 항명을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청법은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조항의 입법 취지와 운영 경과 등에 관한 심층 보도가 없어 아쉬웠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의견 청취' 조항은 검찰 수사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정한 인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총장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해야 한다는 것은 준(準)사법기관인 검찰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다. 이후 법무장관은 인사 대상자의 복무평가 등이 담긴 자료를 검찰총장에게 보낸 다음 며칠 후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게 관행이자 불문율로 정착되었다. 하지만 추 장관은 이런 법 취지와 관행을 무시했다. 검찰총장 임명은 국무회의 심의사항으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을 단순히 상급·하급자 관계로 보아서는 안 된다. 추 장관은 또 검찰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할 때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지시했으나, 특별수사본부 설치는 대검 예규에 명시되어 있는 검찰총장 전결 사항이다.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과 관련해 이런 내용을 독자에게 제대로 알려주어야 한다.

    
	왼쪽부터 김태수·한은형·위성락·김준경 위원, 조순형 위원장, 김성철·이덕환·정유신·김경범 위원, 차학봉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
    왼쪽부터 김태수·한은형·위성락·김준경 위원, 조순형 위원장, 김성철·이덕환·정유신·김경범 위원, 차학봉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 /장련성 기자

    ―검찰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치적 중립성 확보 아닌가. 그런데 최근 정치적 독립성이란 말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권력의 시녀를 만드는 게 검찰 개혁으로 바뀌었다. 검찰 개혁을 보도할 때 이런 것을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트럼프, 김정은에 생일 축하 전해달라더라"〉(1월 11일 A8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우리 측에 요청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당연히 의문을 제기해야 했다. 우선 왜 미국이 직접 전달하지 않고 우리 측에 요청했는가. 또 우리가 전달하면 북한이 받을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미·북 관계는 나빠졌지만 전면 단절된 것은 아닌 반면, 남북 관계는 다 끝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도 언론도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았다. 기사는 또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축전을 북한에 직접 전할 수 없을 정도로 미·북 관계가 험악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도 했는데, 하루 만에 북한이 성명을 내고 이것을 뒤집어 버렸다. 이번 경우에는 남북 관계, 미·북 관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합리적 의문을 제기했어야 한다.

    ―〈듀폰, 한국에 포토레지스트 공장 짓는다〉(1월 10일 B3면)에서 보듯이 일본이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외국 기업이 국내로 진출하는 것은 정부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세액공제, 금융보조, 행정절차 간소화 등도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이 분야에 5조4000억원을 투자했으나 2020~2022년 3년 동안 무려 5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외국 기업들이 진출하는 것은 우리 기업을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혜택 때문이라는 것을 제대로 짚어주어야 한다. 또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반도체 소재들은 대개 일본 중소기업 한두 곳이 생산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수요가 1억~2억달러밖에 안 된다. 이 작은 시장을 놓고 정부 주도로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게 과연 경제성·현실성 있는 정책인지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대립이 격해져서인지 많은 경제 기사가 정치화되고 있다. 정부의 경제 정책 중 비판할 것은 당연히 비판해야 하지만 이런 비판의 근거가 정치적 이슈인 경우가 많다. 요즘 디플레이션이나 경기 침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실제 민생·실물경제 현장에서 어떤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는지 보여주는 기사를 많이 써달라.

    ―부동산 대출 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과 관련,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조치는 가계와 금융회사의 선택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주의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조치라고 강력하게 비판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이 대책이 헌법의 기본 정신이면서 보수적 가치의 근간인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자유주의 시장경제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선명하게 부각시키지 못했다.

    ―〈5조에 팔린 '배달의민족'〉(12월 14일 A1면)은 '배달의민족'이 국내 인터넷 스타트업 사상 최고 액수로 M&A되었다는 것을 비중 있게 다루었으나, 그 인수 과정에서 궁금한 게 많다. 독일 업체가 왜 그렇게 비싼 가격으로 인수했는지, M&A 과정에 국내 업체나 벤처펀드들은 왜 의미 있는 결정을 하지 못했는지 등이다. 또 배달 앱에서 그치지 않고 배달과 물류, 금융이 융합되는 흐름도 타고, 최근 '데이터 3법' 통과로 빅데이터와 AI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성장 가능성이 커진 게 영향을 미쳤는지 등도 분석 대상이다. 국내 기업은 규제 때문에 산업 간 시장 확장성을 갖지 못하고 있는데 외국 업체는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는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수 있는데 피상적인 분석에 그쳤다.

    ―〈기자의 視角: 정권과 '한 몸' 돼 가는 대법원〉(12월 10일 A38면)에서 '종교적 병역 거부는 유죄'라는 대법원 판례를 따르지 않고 진보 판사 5명이 무죄로 판결했다는 비판적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은 사회 변화에 따라 깨져야 한다. 하급심이 대법원 판례만 따르면 법조 발전은 없다. 종교적 병역 거부 판결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절대다수 법조인들이 공감하고 있다. 진보를 그 자체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대상으로 이런 단체를 통으로 비난하는 것은 사회를 위하여도 법조를 위하여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해 12월 23일 자에 〈'출산율 1명 미만' 시군구(전체 228곳), 4년 새 18→100곳〉 〈2030 비율 전국 최고인 관악구, 출산율은 0.5명대 꼴찌〉 등이 실렸는데, 저출산 현상에 대한 통계 숫자 나열에 그치고 심층적인 분석이 부족했다. 서울 관악구의 원룸촌 형성을 합계출산율과 같이 소개했는데, 그럼 '1인 가구가 늘어나니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결론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지 모호하다. 둘 다 대도시인데 부산 출산율이 인천보다 작은 것은 왜 그런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도 아쉬웠다.

    ―〈"인천 새우깡 타워" "세종 저승사자" 공공조형물 흉물 논란〉(12월 17일 사회면)은 우리 생활 주변에 늘고 있는 공공조형물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지적했는데, 다층적이고 풍부한 관점에서 접근하지 못해 아쉬웠다. 공공조형물은 시민들의 예술적 경험을 풍성히 하기 위해 만드는 것인데, 왜 흉물로 전락하게 되었는지 등을 분석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한 대안도 제시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건축·미술 담당 기자도 같이 취재하면 더 풍성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美대법 "노숙도 기본권"〉(12월 19일 A18면) 〈해피 홀리데이스(Happy Holidays)!… 점점 듣기 어려워지는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12월 26일 A18면) 등 미국 실리콘밸리 특파원이 쓴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다. 현지에 살아야 느끼고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작지만 소중한 팩트 중심의 기사다. 여러 지면에 흩어져 있는 특파원의 현장 기사를 한곳에 몰고 지면도 확대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