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환경부의 중국 공포증?

입력 2020.01.17 03:14

김효인 사회정책부 기자
김효인 사회정책부 기자

'국내 미세 먼지의 중국 영향에 대한 국민의 과잉 인식을 개선하고….'

지난 14일 환경부가 배포한 '2020 제1차 한·중 미세먼지 전문가회의' 보도 자료에 담긴 내용이다. 환경부는 이날 대기·환경 전문가 등을 모아 그간의 미세 먼지 관련 한·중 협력 추진 경과를 발표하고, 향후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그런데 전문가들과 논의할 사안 중 하나로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는 중국발(發) 미세 먼지에 대한 '과잉 인식' 개선 방안을 꼽은 것이다.

향후 중국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우리 국민의 인식을 고치겠다고 나서다니, 얼마나 중국 정부 눈치를 보겠다는 것인가. 이런 정부의 태도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발언에서도 나타났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조 장관은 "국민의 중국발 미세 먼지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져 한·중 협력을 통해 미세 먼지를 실질적으로 줄여나가는 일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중·일 3국의 대기오염물질에 관한 상호 영향 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중국발 미세 먼지 비중에 대한 공식 통계가 발표됐다"며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어쨌든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수치라는 점에서는 많은 의미가 있었다"고 성과를 밝히기도 했다.

조 장관이 언급한 보고서는 '한국 초미세 먼지의 32%가 중국에서 온다'는 내용이 담긴 한·중·일 공동 연구 결과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다. 중국 관영 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이 보고서 내용을 보도하면서도 중국발 미세 먼지가 한국 미세 먼지의 32%를 차지한다는 내용은 쏙 빼고, "한국의 스모그는 실상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South Korea)'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쓰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비공개로 이뤄진 이날 회의에서는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중국 연구진에게 협조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참석한 전문가 중 한 명은 "회의 초반부터 환경부 실무진이 중국 측과 협력하기가 어렵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더라"며 "우리 환경부가 중국을 상당히 어렵게 느끼는 것 같았다"고 했다.

양국이 공조하기 위해 잘잘못만 따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미 전 국민이 석탄발전소 상한 제약이나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등에 참여하며 미세 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희생하는 중에 우리나라 정부가 나서서 "중국 탓만 하지 말자"고 외치는 게 양국 협력에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의 리간제 생태환경부 장관은 발언 시간의 대부분을 자국의 미세 먼지 감축 성과 자랑에 할애했다. 그런 태도 앞에서 정부가 쩔쩔맨다면 우리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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