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2] 분열과 통일

조선일보
  •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1.1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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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의 여러 갈래를 잘 묶으려면 뚜렷한 가닥이 필요하다. 이른바 두서(頭緖)다. 그를 중심으로 다른 여러 가닥을 묶어야 든든한 밧줄도 만든다. 이를 대표적으로 말해주는 한자는 統(통)이다. 통합(統合), 통일(統一), 통치(統治), 정통(正統) 등의 조어가 즐비하다. 중국 역사에 자주 등장하는 관련 단어는 일통(一統)이다. 새김은 '통일'과 비슷하지만, 중심축(軸)을 설정해 다른 것을 지배한다는 정치적 의미에서는 유래가 훨씬 오래다. 중국의 역대 위정자에게는 그래서 '정통'을 차지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중심축 가장 바른 자리에 올라서 남을 '통치'하기 위해서다. 요즘은 그 정통을 중심(中心), 핵심(核心) 등으로도 적는다. 현대 중국 집권 공산당이 자주 쓴다.

중국 역사는 '삼국연의(三國演義)' 첫머리가 잘 말해준다. "오래 흩어져 있으면 반드시 합쳐지고, 뭉쳐 있다가는 꼭 쪼개진다(分久必合, 合久必分)"는 말이다. 왕조의 빈번한 분열, 혼란과 안정이 자주 자리를 바꿨던 중국 역사의 압축적 표현이다. 그래서 권력을 쥔 뒤 중국을 이끄는 사람들은 분붕리석(分崩離析)이라는 성어를 끔찍이도 싫어한다. 나뉘고[分], 무너지고[崩], 헤어지고[離], 쪼개지는[析] 상황이다. '논어(論語)'에 일찌감치 등장한 말이다. 본래 출발점이 아주 다양하며 이질적이었던 역대 중국의 권력자들로서는 '1호 기피(忌避)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현재의 공산당 또한 정치적 통일성과 국토 완정(完整)을 국정 최고 과제로 여기고 있다.

지난 11일 치른 대만의 선거로 공산당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정체성 부정에 독립 성향까지 보이는 민진당(民進黨)이 압승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힘이 보태져 갈등 요소는 훨씬 커질 수 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통'을 자처하며 중국을 이끌었던 공산당에는 또 다른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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