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보 쪽에서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정권 행태

조선일보
입력 2020.01.17 03:20 | 수정 2020.01.18 01:54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불법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노골적으로 무력화하자 그동안 문 정부와 같은 편으로 보였던 측에서도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판사 전용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는 울산 시장 선거공작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가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에 대해 '위법·위헌'이라는 글 수십 건이 올라왔다고 한다.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대상자(청와대)가 부적법하다고 거부하면 사법 절차가 어떻게 운용될 수 있나" "이러다 구속영장도 불응한다고 하겠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 이후 청와대를 못 믿겠다"는 내용도 있다. 이 게시판은 김명수 사법부를 장악한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 만들었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성토장처럼 여겨져 왔다. 문 정부의 '사법적폐 청산'에 박수를 보내던 판사들이 "암담한 요즘"이라고 한다.

현 정권과 한 몸이나 다름없는 참여연대에서 검찰개혁 문제에 관여해온 핵심 간부는 여권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 "반개혁"이라며 사퇴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은 "폐병 환자 다리를 절단해 휠체어에 앉힌 격"이라고 했고 공수처는 "비현실적 호러(공포물)"라고 했다. 조국 비판에 앞장서다 참여연대를 나온 전 간부는 "작금 사태를 잘 설명해준다"며 '직권남용, 수사 무마, 사법 방해, 공무집행 방해'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 인사 학살'에 대해 현 정부 장관 출신 여당 의원은 "'정권에 칼을 들이대니 (정권이 검찰의) 허리를 끊은 것이란 여론이 있다"고 했고, 진보 성향 경제학자는 "(검찰의) 항명이 아닌 추 장관의 '(검찰) 패싱'"이라고 했다. "조국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는 대통령 발언에 한 진보 논객은 "문재인이라는 분이 과연 대통령을 맡기에 적합한 분이었는가 하는 근본적 회의가 든다"고 했다.

문 정부 지지층은 '내 편이면 무조건 감싼다'는 패거리 의식으로 똘똘 뭉쳐왔다. 심지어 파렴치 위선자 '조국'을 지키겠다며 서초동 집회로 수만명이 몰려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에서도 '해도 너무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법 의혹을 받는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수사 라인을 통째로 날려 버리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검찰이 청구하고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깔아뭉개고, 말 안 듣는 검찰을 무력화하기 위해 위헌적인 수사기관을 만들고, 검찰의 권한을 정권의 새 충견이 된 경찰에 몰아주었다. 아예 안면몰수하고 벌이는 이 행태는 좌우 이념이나 법을 떠나 상식과 양식이라는 마지막 경계선마저 허물고 있다. 문 정부에 대해 묻지마 지지를 보내왔던 사람들마저 혀를 찬다면 일반 국민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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