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정권 심판’ 대 ‘야당 심판’

입력 2020.01.16 18:10


한 언론이 4.15 총선을 앞두고 핵심 변수를 다섯 개 꼽았다. 첫째 야당 통합 여부다. 이것을 위해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협상 중이다. 황교안 대표는 보다 큰 규모의 빅텐트를 구상해왔고, 반면 유승민 의원은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보수로 나아가기’ ‘헌집 헐고 새집 짓기’ 같은 보수 재건 3원칙을 주장해왔다. 여기서 우리공화당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도 눈여겨봐야 한다. ‘박근혜 탄핵’ 책임론이 극복될 수 있느냐도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물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중요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오늘 매일경제 기고문에서 "생각이 다르면 적(敵)으로 취급하는 한국 정치가 문제"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질적인 관건은 안철수 전 대표가 제3지대 독자 신당을 만드느냐, 아니면 통합에 참여하느냐, 이 문제다. 그러나 결국 야권 통합은 그러한 ‘통합의 명분’과 ‘공천 지분’을 어떻게 조율하고 배분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둘째 총선 변수는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의 대결이다. 흔히 미국이든 프랑스든 어떤 대통령제 국가를 막론하고, 또 어떤 상황의 총선이냐를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 총선은 ‘정권 심판론’으로 결판났다. 그렇지만 집권 세력과 여당은 이 전통적인 프레임을 ‘야당 심판론’으로 뒤집으려고 여러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나라 살림살이는 여당이 마음대로 요리했는데, 그것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돼 있던 야당을 심판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유권자의 역할이 너무도 중요한 대목이다. 이것이 결정적으로 승부를 가를 것이다.

사실 ‘정권 심판론’으로 흐를 수 있는 근거는 차고 넘친다. 부동산 정책 실패, 경기 둔화, 탈원전 실패, 3대 권력형 비리, 검찰 대학살 인사 같은, 중학생도 눈감고 골라낼 수 있는 것들이다. 그 하나하나가 정권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데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오히려 ‘야당 심판론’이 ‘정권 심판론’을 앞서는 것으로 나와 있다. 지난 주 조사에서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의원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은 49%,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의원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은 37%였다. 물론 이러한 질문 방식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또 지난 2016년 총선 때도 이런 여론조사는 전혀 맞지 않았다는 전례가 있다.

세 번째 총선 변수는 ‘공천 물갈이’다.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새누리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공천이 매끄럽지 못했고, 그 결과로 큰 낭패를 봤으며, 결국 그들의 대통령을 탄핵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했다. 그만큼 공천은 중요하다. 특히 공천 물갈이는 ‘정권 심판’이냐 ‘야당 심판’이냐 그것과도 연결돼 있다. 지금은 선거 코앞이다. 인재 영입과 공천 물갈이, 이 과정이 유권자들의 최후 심판에 도장을 찍는 효과를 주는 것이다.

네 번째 총선 변수로는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요동치느냐가 약간 영향을 줄 것이다. 북한 김정은의 움직임은 절대로 좌파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영향을 줄 때도 많았다. 다섯 번째 총선 변수는 연령대별 투표율이다. 이것 역시 유동적이다. 흔히들 30,40대는 민주당이 우세하고, 60대는 한국당이 유리하다고들 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최근 문화일보 여론조사를 보면, 특히 20대 젊은이들이 민주당을 급격하게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20대 젊은이의 29.4%가 "문대통령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이 공공 와이파이 5만개를 깔겠다고 한 공약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4.15 총선 변수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개를 꼽으라면 ‘야당 통합’ 여부, 그리고 ‘정권 심판론’이다. 여기서 ‘야당 통합’은 역발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박 정부 탄핵 책임론’을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분열의 걸림돌로 알고들 있었으나 이제라도 그것을 거꾸로 뒤집어서 통합의 구심력으로 돌려 세울 수 있느냐다. 그러한 지도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래야 총선을 앞둔 ‘통합의 용광로’가 될 수 있고,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난데없이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들고 나왔다가 국민적 비판에 휩싸여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하고 있지 않은 공산당 같은 발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집권 세력도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에 매우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 청와대가 검찰 학살 인사의 전횡을 주도하고 정당한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자, 급기야 검사들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 판사들도 들고 일어났다. 참여연대의 핵심간부조차 그냥 덮고 넘어갈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전국 290여개 대학 6094명 전·현직 교수가 시국 선언문을 내고 "헌법 파괴 정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거짓의 나라"라고 외쳤다.

사태가 이렇듯이 야당을 벗어나면 ‘정권 심판론’의 호재가 매일 터져 나오고 있는데, 야당 통합의 움직임과 동력이 뚜렷하지 못해서 그 많은 호재들을 한곳에 응집시키지 못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정리한다. 4.15 총선의 결정적 변수는 ‘야당 통합’의 성사 여부 그리고 ‘정권 심판론’ 대 ‘야당 심판론’의 싸움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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