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어진 ‘천사의 성금’ 훔쳐간 2인조 구속기소

입력 2020.01.16 11:36

‘전주 얼굴없는 천사’가 주민센터에 두고 간 6000여만원 훔친 혐의
범행 목격한 시민 신고로 4시간 만에 충남·대전 등에서 경찰에 덜미

20년 동안 남몰래 선행을 베풀어 온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수천만원을 훔친 30대 남성 2명이 구속기소됐다.

전주지방검찰청은 16일 특수절도 혐의로 A(35)씨 등 2명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5분쯤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뒤편에 설치된 나무 모양 조형물 아래에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6016만3510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나무 조형물인 ‘희망을 주는 나무’가 설치돼 있다. 지난달 30일 ‘얼굴 없는 천사’가 이곳에 성금을 두고 갔으나 미리 알고 노린 일당이 훔쳐 달아났다. /연합뉴스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나무 조형물인 ‘희망을 주는 나무’가 설치돼 있다. 지난달 30일 ‘얼굴 없는 천사’가 이곳에 성금을 두고 갔으나 미리 알고 노린 일당이 훔쳐 달아났다. /연합뉴스
얼굴 없는 천사는 이날 오전 10시 3분쯤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발신자 번호를 지우고 전화를 걸어 "인근에 기부금을 놨으니 확인해보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곧바로 밖으로 나와 주변을 뒤졌으나 성금이 보이지 않았다. 직원과 얼굴 없는 천사는 이후 몇 차례 더 통화를 주고받았지만 성금의 행방은 묘연했다. 주민센터 직원은 이날 오전 10시 37분쯤 경찰에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방범카메라 등을 분석해 성금을 가져간 용의자들을 대전광역시 등에서 검거했다. 전주 시민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 시민은 천사의 성금 절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형사에게 용의자들의 차량 번호를 알려줬다. 그는 성금을 훔친 일당이 범행 4~5일 전부터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을 배회하고 차량 번호판을 가리는 행동을 하자, 이를 기록해 뒀다. 경찰은 이 차량을 추적해 충남으로 도주한 용의자들을 범행 4시간 만에 붙잡았다.

경찰은 A씨가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경찰청장 표창과 포상금을 수여했다. 보복 범죄 등을 우려해 제보자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결정적 제보를 한 이 시민은 경찰로부터 받은 포상금 200만원을 전액 기부했다. ‘얼굴 없는 천사 못지않은 선행’이란 찬사가 이어졌다.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58만4000원이 든 돼지 저금통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매해 연말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를 찾아와 기부금을 몰래 두고 갔다. A4 용지를 담는 상자 바닥에 5만원짜리 지폐 다발을 깔고 동전이 든 돼지 저금통을 위에 올려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힘내세요’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는 선물이 있다’ 등의 메시지도 남겼다. 20년 동안 그가 기부한 성금은 6억6850만4170원에 달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