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백석·동주의 첫 詩는? 한국시 100년 풋풋한 등단작만 모았다

조선일보
입력 2020.01.16 03:00 | 수정 2020.01.16 17:31

조지훈 '승무', 신경림 '갈대' 등 등단작 모은 '시인의 시작' 출간

한국시 100년의 등단작만 모은 ‘시인의 시작’(오른쪽 아래). 윤동주·김소월·백석(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 등 시인 100여명의 등단작이 실렸다.
한국시 100년의 등단작만 모은 ‘시인의 시작’(오른쪽 아래). 윤동주·김소월·백석(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 등 시인 100여명의 등단작이 실렸다.

시인의 첫 출발을 볼 수 있는 시집 '시인의 시작'이 출간됐다. 1920년부터 100년간 시인 100명의 등단작만을 모았다. 일제강점기에 등단한 김소월·백석·윤동주부터 김혜순·최승자·기형도를 거쳐 젊은 시인 유희경·박준·황인찬까지. 시인이 되기 전, 떨리는 문학 청년의 마음으로 쓴 첫 시를 만나볼 수 있다.

시 추천 애플리케이션 '시요일'의 기획위원(박신규·박준·신미나)이 엄선한 시들이 실렸다. 등단한 연도의 역순으로 시를 실어, 2019년 등단한 성다영 시인의 '너무 작은 숫자'로 시작해 1920년 김소월 등단작인 '낭인의 봄'으로 끝난다. 한국 현대시 100년을 거슬러 오르는 셈. 신미나 시인은 "오래도록 사랑받는 시인의 등단작을 '등단계의 참고서'처럼 모아봤다"면서 "독자들에겐 시인의 세계로 들어가는 초대장 같은 책"이라고 했다.

풋풋하고 개성 넘치는 등단작에서는 시 세계의 출발점을 엿볼 수 있다. 오산학교에서 시를 배운 김소월은 한국 최초의 문예지 '창조'에 '낭인의 봄'을 발표했다. "풀숲에 물김 뜨고,/달빛에 새 놀래는,/고운 봄 야반(夜半)에도/내 사람 생각이여." 이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등단했던 백석은 1935년 조선일보에 '정주성'을 발표하며 시인이 됐다. 그는 등단작 '정주성'에서 "헐리다 남은 성문(城門)이/한울빛같이 훤하다/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라고 폐허가 된 고향을 그렸다. 도시의 고독을 노래했던 시인 박인환은 1946년 등단작 '거리'에서 이렇게 썼다. "나의 시간에 스코올과 같은 슬픔이 있다/붉은 지붕 밑으로 향수(鄕愁)가 광선을 따라가고/한없이 아름다운 계절이/운하(運河)의 물결에 씻겨 갔다."

기획위원들은 시인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하는 등단작 중 하나로 김경미 시인의 '비망록'을 꼽았다.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보니 스물네 살이었다"로 시작하는 시는 "절벽엔들 꽃을 못 피우랴. 강물 위인들 걷지 못하랴. 문득 깨어나 스물다섯이면 쓰다 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 하며 자신을 다독인다. 이 밖에도 조지훈의 '승무', 신경림의 '갈대',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처럼 등단작이라는 것이 놀라운 시인의 대표작들도 마주치게 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