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 공작 피의자들이 선거 출마, 한 번도 경험 못한 나라

조선일보
입력 2020.01.16 03:19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송병기 전 울산부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이 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공직 사표를 냈다. 송씨는 야당 후보 첩보를 청와대에 넘기고 경찰에 나가 가명(假名)으로 참고인 진술까지 했다. 야당 후보를 범죄자로 몰기 위한 그의 첩보는 선거가 끝난 뒤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청와대가 여당 후보 공약까지 만들어주고 당내 경선 후보를 매수하려 했다는 사실이 송씨 수첩을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황운하 전 청장은 송씨 첩보를 바탕으로 한 청와대 하명을 받아 야당 후보가 공천을 받은 날 사무실을 덮쳐 선거 판도를 바꿔 놓았다. 부임하자마자 야당 시장 주변 뒷조사를 지시했고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을 수사팀에서 배제했다. 검찰에 막무가내로 기소해달라고 하고 수사 상황을 수시로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국가의 국기를 흔드는 선거 공작 범죄의 핵심 피의자들이다. 법에 피의자 출마를 막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선거 공작의 주역으로 의심받는 이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나서는 것은 양심이 있는 사람이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울산시는 송씨에 대해 총선에 나갈 길까지 열어줬다. 대통령은 울산 여당 후보와 30년 친구이고 그의 당선을 '소원'이라고 했다. 이 소원을 이루기 위해 공작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 선거 공작의 행동대장들이 "명예 회복을 위해서"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여당 옷을 입고 선거에 나선다고 한다.

도둑이 오히려 눈을 부라리고 고함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불법 혐의를 받는 대통령이 수사팀을 공중분해시켰고, 그 인사 검증을 조국의 범죄 혐의에 가담한 청와대 비서관이 했다. 청와대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조국의 인권을 침해했는지 조사해 달라고 국가인권위에 진정까지 제출했다.

이 정권은 선거의 룰인 선거법을 제1야당을 배제한 채 변경했다. 그에 대항하는 야당의 조치는 중앙선관위원회에 박아놓은 대선 캠프 출신이 막고 있다. 삼권분립을 무시한 채 입법부 수장 출신이 행정부 수장 밑으로 들어가고 집권당 대표는 법무장관으로 가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막고 있다. 야당에 예산 내역을 보여주지 않은 채 통과시키고, 관련 법도 없이 예산을 먼저 처리했다.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23번째 장관을 임명해 청문회 제도 자체를 무력화했다. 15일 전국 교수 6000여명이 시국 성명을 내고 "상식의 궤도에서 무한 이탈하는 한 번도 경험 못한 거짓의 나라"라고 개탄했다. 그 말밖엔 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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