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사직글에 이틀째 지지 이어져... "검찰개혁 프레임과 구호만 난무"

입력 2020.01.15 12:10 | 수정 2020.01.15 19:20

"수사권조정, 거대한 사기극"에 이튿날까지 550개 넘는 댓글
"현 시국, 무기력하고 답답", "사즉생 각오로 제 몫 하는 게 정의"
후속 인사 앞두고 간부 사직 이어질 듯… 秋 취임 뒤 6명 사표

14일 오후 윤석열(오른쪽에서 둘째) 검찰총장이 충북 진천의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프로그램 일정을 마친 뒤 배성범(맨 왼쪽) 법무연수원장과 김웅(오른쪽에서 넷째) 법무연수원 교수의 배웅을 받으며 연수원을 나서고 있다. 배 원장은 최근 서울중앙지검장에서 좌천됐으며, 김 교수는 이날 수사권 조정을 비판하며 사의를 밝혔다. /한국일보 제공
14일 오후 윤석열(오른쪽에서 둘째) 검찰총장이 충북 진천의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프로그램 일정을 마친 뒤 배성범(맨 왼쪽) 법무연수원장과 김웅(오른쪽에서 넷째) 법무연수원 교수의 배웅을 받으며 연수원을 나서고 있다. 배 원장은 최근 서울중앙지검장에서 좌천됐으며, 김 교수는 이날 수사권 조정을 비판하며 사의를 밝혔다. /한국일보 제공
더불어민주당과 범여 군소정당들이 관철시킨 검·경 수사권 조정법 국회 통과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김웅(49·사법연수원29기·부장검사) 법무연수원 교수의 사직글에 15일까지 검찰 내부 구성원들의 지지가 이어졌다.

김 교수는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설명서'란 제목의 글에 "(수사권 조정)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며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적었다. 김 교수의 글에 이날 오전 11시 기준 535개의 댓글이 달렸다. 전날 밤 9시 20분까지 460여 개 댓글이 달린 데 이어 밤 사이 70여개 댓글이 추가된 것이다. 2200여 검사 4명 중 1명 꼴로 그의 글에 호응한 셈이다. 댓글 수는 오후 3시쯤 550개를 넘어갔다.

"고맙다", "수고하셨다" 등 대다수 격려·지지 댓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검찰 관계자는 이날 오전 "검찰개혁이라는 프레임과 구호만 난무하고 바른 지향에 대한 아무런 논의가 없는 시국에 무기력감과 답답함만 느꼈다"면서 "부장님 글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저희들 마음을 대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밤사이 달린 댓글 중에는 "검사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사즉생의 자세로 각자 위치에서 일한다면 그것이 검사의 가장 크고 정의로운 힘이자, 두려운 힘"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검찰의 모습도 바로 그런 것일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전날에도 김 교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김 교수의 "봉건적인 명(命)에는 거역하라"는 말에 "부당한 명엔 거역하겠다"고 화답한 댓글, "(수사권 조정 관련) 사기극의 피해자는 역시 국민"이라고 쓴 댓글 등이다.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과 직결되는 형사절차 제도가 형사 사건 당사자 입장에서 숙고되지 않은 채 가위질 되고 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생각했다", "제도 변화로 인해 겪지 않아도 되는 억울함과 불편을 느끼는 국민이 한 분이라도 더 늘어나게 된다면 이는 개악이라 불러야 마땅하다"는 글도 있었다.

전남 순천 출신인 김 교수는 2000년 인천지검 초임으로 검사 생활을 시작해 경력 상당 부분을 형사부에서 쌓았다. 그가 재직 중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기록한 '검사내전'은 베스트 셀러가 됐다. 2015년 부장검사로 승진한 김 교수는 인천지검 공안부장을 거쳐 2018년 대검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을 맡아 검찰의 수사권 조정 실무를 책임졌다. 작년 검찰 인사 때 연구보직인 법무연수원 교수로 전보됐다.

한 부장검사는 "형사부 검사들의 사법통제 권한을 들어내 경찰에 줘놓고서 법무부를 통해 형사부 강화 명목으로 검찰 조직까지 흔드는 모습에 환멸을 느꼈을 것"이라며 "김 부장이 법무연수원으로 간 것도 정부, 여당의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다 밀려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이어 다음주 차·부장급 중간 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 정부의 검찰 개혁 방향에 회의를 느끼거나, 승진 인사 등에서 고배를 마신 검찰 간부들의 사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김 교수 외에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불법투자 의혹과 연루된 상상인그룹 수사를 지휘해 온 김종오(51·30기)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장검사도 사의를 표했다. 이날 오전에는 최창호(56·21기) 서울서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이 이프로스에 사직인사 글을 올렸다. 추미애 법무장관 취임 이후 박균택(54·21기) 고검장, 김우현(53·22기) 고검장, 이영주(53·22기) 검사장 등 고위 간부들도 차례로 검찰을 떠났다.

후속 인사 시기는 국무회의를 거쳐 검찰 직접수사 부서 13곳을 추가로 폐지·전환하는 내용의 대통령령(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이 이뤄진 이후가 유력하다. 직제 개편시 검찰 중간 간부의 최소 보직기간 1년을 우회할 수 있는 만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주요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부지검 등의 수사 라인에도 큰 폭의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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