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코피 터져도 뛴다, 大選 뺨치는 아카데미 홍보전

조선일보
입력 2020.01.15 03:00

아카데미 6개 부문 오른 '기생충'… CJ 회장·부회장 '투트랙' 후원
봉준호·송강호 美 전역 돌며 8000명 회원 눈도장 찍으려 애써

NYT "할리우드 흐름 바꾼 사건"

"한국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것을 발표한 이가 한국계 미국인 배우인 존 조였던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13일(현지 시각)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자, 뉴욕타임스가 이를 보도하면서 쓴 기사 중 일부다. 한국 출신 감독과 그의 작품이 아카데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해외 매체들도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한국계 배우가 후보작을 발표하고 한국 영화가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은 할리우드의 새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썼다. 버라이어티는 "아카데미 회원들이 풍부한 역사를 지닌 한국 영화를 그동안 너무 무시해왔던 것이 드러난 셈"이라고도 했다.

선거운동 뺨치는 '오스카 캠페인'

영화 '나 홀로 집에'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매컬리 컬킨은 지난 7일 트위터에 '꼬시고 싶은 봉준호(The only Bong, I want to hit on is Bong Joon-ho)'라고 썼다. 할리우드 배우나 감독, 매체들은 이제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이정은을 두고 이름 먼저 쓰고 성을 나중에 부르는 미국식 표기로 부르지 않는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NEON)과 CJ ENM영화사업본부 해외배급팀이 우리식 '로컬 발음'을 그대로 알린 결과다. CJ 측은 "영화 엔딩 크레디트를 만들 때부터 한국식으로 이름을 표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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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배급사 네온이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것을 알리기 위해 재치 있게 만든 포스터. 작품상 포스터(왼쪽)엔 영화 주인공 전원이 등장하고, 감독상 포스터(가운데)엔 봉준호 감독 얼굴을, 각본상 포스터(오른쪽)엔 두 배우가 소곤소곤 '각본'을 짜는 듯한 모습을 넣었다. /네온 트위터
아카데미상을 따내기 위한 CJ의 '오스카(아카데미상 트로피 이름) 캠페인'도 뜨겁다. 선거운동만큼이나 오스카를 거머쥐려면 돈과 조직력·인맥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작년 12월 기준 아카데미 회원은 9537명으로 이 중 8469명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최종 투표는 오는 30일부터 시상식이 개최되기 5일 전인 다음 달 4일에 마감된다. 이들을 많이 만날수록 수상에 유리한 것은 당연. 넷플릭스가 작년 '로마' 홍보에 6000만달러(695억원)까지 썼다는 소문이 도는 이유다.

CJ ENM 관계자는 "우린 아카데미가 처음이라 조직을 꾸릴 능력이나 예산이 부족하다. 하나하나 직접 부딪치고 발로 뛴다"고 했다.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가능한 한 많은 GV(Guest Visit·관객과의 대화)를 도는 '노동집약형 홍보'를 한다는 것. 송강호는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직후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텔루라이드 영화제를 돌 땐 쌍코피가 터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매체 인터뷰도 공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CJ ENM 관계자는 "봉 감독이 칸 영화제 이후 500개 이상의 외신 매체 인터뷰를 가졌다"고 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브래드 피트 같은 배우들이 봉 감독의 팬을 자처하는 것도 수상 가능성을 높이는 좋은 징조. 미국 배우조합 회원의 상당수가 아카데미 회원이다. 국내 회원은 40여 명 정도. 임권택·박찬욱·이창동·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이병헌·하정우·배두나, 이병우 음악감독 등이 포함됐다.

CJ 이재현·이미경 '투트랙' 공략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이른바 '투트랙 지원'도 오스카 캠페인을 돕는 원동력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봉준호 감독의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 등에 투자를 지속했고, '설국열차'의 경우 제작비 4000만달러 전액을 책임졌다. 작년 7월엔 "'기생충'은 국격을 높인 작품"이라고 임직원 앞에서 말하기도 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직접 현장을 뛴다. 그동안 건강을 이유로 두문불출했으나 작년 칸 영화제에 참석했고, 최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경 부회장은 아카데미 회원이자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이사진이기도 하다. 그의 막강한 인맥이 오스카 캠페인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줬을 것이란 게 다수 영화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도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기생충'의 최대 재정적 후원자는 미키 리(이 부회장의 영어명)"라면서 "미키 리는 지난 10여년간 혁신적인 영화에 투자하는 데 위험을 무릅썼다. 특히 한국의 예술가를 후원해왔다"고 썼다. 시상식은 다음달 9일. TV조선에서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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