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조국 인권침해 조사' 인권위 압박 논란⋯ 공문 반송받고도 쉬쉬

입력 2020.01.14 18:23 | 수정 2020.01.14 23:25

靑, 13일 "'조국 인권침해 檢 조사' 청원 공문 인권위 송부" 발표해놓고 당일 오후 "착오"라며 돌려받아
靑, 인권위가 14일 공문 반송 사실 언론에 공개하기 전까지 이런 사실 안 밝혀… 반송 이유도 공개 안해
전날 밤까지는 '진정서 아닌 단순 행정 절차"라며 해명하기도

청와대가 지난 13일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과정에서 저지른 인권침해를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해달라'는 국민 청원을 담은 공문(公文)을 인권위로 송부했다가 곧바로 되돌려받은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청와대는 전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국민 청원 내용을 담은 공문을 인권위에 보낸 사실을 공식 브리핑에서 공개했다. 그런데 얼마 안가 "착오로 송부됐다"며 인권위 측에 반송을 요청했고 돌려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이날 인권위가 공문을 반송한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기 전까지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에도 왜 공문을 보냈다가 반송받았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물음에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 지난 13일 유튜브에 게시한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과정에서 저지른 인권침해를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해달라'는 국민 청원 답변 영상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 유튜브 캡처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 지난 13일 유튜브에 게시한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과정에서 저지른 인권침해를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해달라'는 국민 청원 답변 영상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 유튜브 캡처
청와대가 단순 행정 착오로 공문을 보냈다가 이를 다시 돌려받은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전날 공문 송부 사실을 브리핑한 이후 과정을 보면 단순 착오로 보기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없지 않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3시 쯤 인권위측이 공문 반송 사실을 언론에 알린 이후부터 현재까지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사실 관계를 파악중"이라며 반송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단순 착오로 인한 반송이라면 사실 관계 설명에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청원을 명분으로 '조국 감싸기'를 위해 인권위를 압박하려다 비판 여론이 일자 되돌려받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지난 13일 오후 브리핑에서 노영민 실장 명의로 '인권위가 조국 장관과 가족 수사 과정에서 빚어진 무차별 인권 침해를 조사할 것을 청원합니다'는 국민 청원 내용을 담은 공문을 인권위로 송부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인권위에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은 처음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언론은 '청와대가 인권위에 조 전 장관 관련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넣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에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그날 밤 서면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인권위에 조사를 요청한 적이 없다"면서 진정서를 제출한 것처럼 보도하는 데 대해 유감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청원 내용을 담은 공문을 인권위에 보낸 것은 단순 행정 절차에 불과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에 따르면 청와대는 그날 오후 이미 인권위에 "국민 청원 관련 문서가 착오로 송부됐다"고 알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런 사실을 14일 인권위의 공문 반송 사실이 알려질 때까지도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강 센터장은 전날 "인권위는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이 인권 침해에 관한 사안으로 판단되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전해왔다"고 했고, 한 부대변인은 그날 밤까지도 공문 송부가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서면 브리핑을 했다.

애초 청와대가 국민 청원 내용을 담은 공문을 인권위로 보낸 것 자체에 대해서도 적절하냐는 논란이 일었다. 국가인권위법에 따르면, 인권위는 진정이나 민원, 직권으로 사건을 접수하고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범죄 행위로 판단되면 고발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인권위에 보낸 공문이 진정은 아니라고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공문 발송을 두고 인권위가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인권침해를 인지해 직권 조사에 나서게 하거나, 국민 청원인들로 하여금 진정을 넣게 안내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문제는 인권위는 입법·사법·행정 등 3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된 국가기구란 점이다. 정부 누구의 간섭이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기구란 뜻이다. 그런 인권위에 대해 청와대가 청원에 답하면서 관련 공문을 보낸 것은 인권위에 대한 독립성 침해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일 수 있다. 청와대는 애초 이 청원에 대한 답변을 인권위가 직접 하도록 하는 방안도 타진했지만, 인권위는 독립기구란 점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진보 성향 인권단체인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미류씨는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청와대가 인권위에 뭔가 조사하라거나 조사하지 말라는 것, 누가 봐도 명백한 인권위 독립성 침해"라고 했다. 미류씨는 "청와대의 답변 내용처럼 인권위는 진정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사건을 조사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어떤 사건을 조사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인권위의 판단이어야 하며 그 판단에 대한 책임 역시 인권위가 져야 한다. 그게 독립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이런 식의 노골적인 독립성 침해 시도는 없었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여권에서) 인권위에서 한 번 세척한 후, (조 전 장관을) 선거에 내보내 ‘명예회복’시킨 후 대선주자로 리사이클링(재활용) 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인권위에) 청와대에 청원이 올라왔고 이에 대한 동의가 20만명을 넘었다는 사실을 전달한 것"이라며 "청와대가 해당 청원에 대한 동의 여부를 밝힌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강 센터장도 전날 "2014년 1월 1일부터 2019년 10월 말까지 인권위에는 검찰의 인권 침해와 관련한 총 938건의 진정이 접수돼 이 중 40건에 대해서는 권리구제를 실시했고 그 중 31건에 대해서는 소속기관의 장에 '주의' 등의 인사 조치를 권고한 바가 있다"고 했다. 인권위의 진정 사건 처리 결과까지 청와대가 파악했다는 뜻이다.

이날 공문 반송 사실이 알려진 이후 청와대의 태도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3시에 나온 인권위측이 공문 반송 사실을 언론에 알린 이후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사실 관계를 파악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저녁 "오늘은 입장 발표가 어려울 것 같다"며 관련 경위를 설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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