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완료일까 시작일까... 법조계 "경찰개혁 없으면 국민 불안 커질 것"

입력 2020.01.14 14:33 | 수정 2020.01.14 14:43

경찰, 수사종결권 확보… 검찰 권한 분산은 일단 달성
"커진 경찰 권한 통제 위해 '경찰 개혁'도 뒤따라야"
수사권 충돌할 때마다 검·경·공수처 충돌 가능성 있어
"형사사법 혼란 불가피… 국민 불안과 불신 커질 것"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 일환으로 추진해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이 모두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청와대는 13일 수사권 조정법(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오랜 기다림 끝에 비로소 검찰개혁의 제도화가 완성됐다"고 환영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되고 있다./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되고 있다./연합뉴스
이들 법안이 시행되면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에서 벗어나 수사종결권을 확보하고,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우선 수사권과 판검사 기소권을 갖게 된다. 검찰의 '권한 분산'이라는 1차적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모든 '수사'는 기본권에 대한 침해 가능성을 담고 있는 만큼, 제도 마련은 공권력 변화의 시작점에 불과할 뿐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헌 논란까지 번졌던 개혁 법안들의 문제점과 제도 정착 과정에서 드러나는 시행 착오를 바로 잡고, 특히 권력기관의 새 축으로 부상한 경찰, 공수처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새로운 개혁의 대상을 낳을 뿐이라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독점하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떼어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수사 업무의 성과를 구속이나 기소로 확인하려 드는 왜곡된 성과주의가 결국 과잉수사 논란을 포함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던 것인데, 이는 결국 수사 주체의 오류를 어떻게 통제하느냐의 문제"라면서 "기관 간 분리로 다뤄야 할 문제 중 일부를 통으로 떼서 다른 기관(경찰)에 넘겨준들 결국 같은 오류를 반복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형사사법에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공수처 사건이 아닌 이상 여전히 검찰이 기소권을 갖고 있는데 경찰이 재판에 넘기겠다고 끝낸 사건에 대해 검찰이 달리 판단한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공권력 행사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고, 이것은 곧 국민의 방어권 침해 문제"라면서 "특히 주목도가 높은 사건마다 두 기관이 경쟁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태로 번지면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지 '검찰 권한뺏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확대된 경찰 권한을 통제하기 위한 경찰개혁이 필수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최고위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경찰 개혁도 당연히 해야 된다. 향후 수사와 기소가 좀 더 완벽하게 분리하도록 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며 "경찰이 권한을 오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들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자치경찰제' 도입은 아직 지지부진하다. 자치경찰제는 중앙 정부의 경찰권을 각 지방에 분산하고, 지자체가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을 담당하는 제도를 말한다. 검찰의 사법 통제가 곤란하다면 주민에 의한 통제장치라도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초 2018년 6월 정부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역시 수사권조정과 자치경찰제를 병행하기로 했었다. 이와 관련 경찰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누고 수사 업무에 대해서는 경찰청장 감독 아래 국가수사본부를 통해 지휘·감독하는 '경찰법' 전부 개정안이 작년 3월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국회 논의가 공전하며 아직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국민이 바라는 '인권 수사'는 수사기관에 대한 통제가 온전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지 검찰, 경찰 어느 하나를 찍어누른다고 해결된 사안이 아니다"면서 "반환점을 돌아선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내 경찰개혁까지 완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권력기관의 칼날이 서로를 겨누며 소모전으로 번질 우려도 나온다. 수사권이 충돌할 때마다 직권남용이나 피의사실 공표 등을 문제삼아 권력기관끼리 치받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인도네시아의 공수처 격인 부패방지위원회(KPK)와 경찰이 서로 상대방 수뇌부를 수사하며 지난 2009~2015년 극심한 주도권 다툼을 벌인 바 있다. 여·야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사안들을 '고발장'에 담아 복수의 수사기관에 불씨를 던질 수도 있다.

한 전직 고검장은 "청와대, 여권이 최근 검찰의 부패수사에 제동을 걸 듯 공수처나 경찰에도 지휘권을 행사할지, 기관간 충돌이 발생했을 때 누구의 편에 서는지 보면 진짜 '개혁'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는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라면서 "권력기관 개혁인지, 검찰 쪼개기인지 당장은 지켜보는 일이 남았다"고 했다. 한 현직 검사는 "권력기관 개혁한다더니 사법경찰 분리나 정보경찰 폐지 같은 경찰 개혁 내용은 쏙 빼고 검찰 힘빼기만 현실화됐다"면서 "검찰개혁을 팔아 경찰공화국을 만든 것이 총선을 앞둔 집권 연장 꿈 때문이라면 언제냐가 문제일 뿐 반드시 응징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독소조항' 논란을 부른 공수처법의 '범죄인지 통보' 조항, 문재인 대통령도 재고 여지를 내비췄던 수사권 조정법의 '검사조서 증거능력 폐지' 문제 등도 그대로 남았다. 공수처법은 수사기관이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인지(認知)한 경우 이를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했다. 입법 과정에서 협의에 참여하지 못했던 검찰은 "정부 조직 체계 원리에 반하는 조항"이라면서 "공수처가 수사 착수 단계부터 입맛대로 사건을 넘겨 받아 '과잉수사'하거나 '뭉개기 부실 수사'를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수사권 조정법은 검경이 확보한 피의자 진술을 대등한 수준으로 취급하도록 했다.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했던 진술을 재판 단계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경찰의 경우 달라진 것이 없지만, 검찰의 경우 종전까지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본인이 진술한 것이 맞는지 확인되면 증거로 쓸 수 있었다. 강압수사로 얻은 자백은 아닌지 재판 단계에서 다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취지지만, 검찰에 대한 불신이 지나친 나머지 형사재판의 본령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당사자 진술이 아니면 입증하기 어려운 뇌물사건 같은 경우 무죄 판결은 물론이고 물증 확보에 실패하면 기소조차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 2주년 방송 대담에서 "검찰이 우려를 표명할 만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법체계가 그 단계까지 충분히 준비됐느냐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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